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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36단 낸드' 양산 … 초고층 전쟁 기선제압

오찬종 기자

입력 : 
2022-11-07 18:17:07
수정 : 
2022-11-07 20: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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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용량 V낸드 양산
236단 이상 제품으로 추정
美마이크론 성능 추월한 듯
종전보다 1.2배 빠른 8세대
타사보다 원가 경쟁력 우월
2030년 '1000단 이상'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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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의 한 축인 낸드플래시에서 치열한 '초고층' 대결이 벌어졌다. 올해 7월 미국 마이크론이 200단 이상 제품을 처음 발표하며 포문을 열었는데, 이번에는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이보다 더 높고 용량이 큰 제품을 양산하며 맞불을 놓았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용량인 1Tb(테라비트) 8세대 V낸드가 양산에 들어갔다고 7일 밝혔다. 지난해 말 176단 7세대 V낸드를 출시한 지 약 1년 만이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다. 스마트폰이나 PC, 서버에 주로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양산 과정에서 구체적인 단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선 236단 이상 제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cell) 층수를 '단'이라고 부르는데, 236단 낸드플래시는 셀을 236겹 쌓아 올렸다는 의미다. 층수를 올리면서도 전체 높이를 유지하기 위해 셀 간 '층고'를 낮추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이 같은 적층 방식은 삼성전자가 2013년 최초로 고안해낸 원천 기술이다. 원래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2차원 평면에서 칩을 더 작게 만들면서도 집적도를 높여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을 두고 업체들이 경쟁했다. 하지만 삼성이 당시 기존 개념을 깨고 24단 높이의 3차원 낸드를 처음 발표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100단 이상인 6세대까지 삼성전자가 항상 세계 최초 자리를 도맡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200단 이상 낸드 기술을 속속 공개하며 층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 7월 232단 제품 양산을 발표하며 가장 먼저 200단 고지를 넘겨 업계를 긴장하게 했다. 마이크론은 7세대인 176단에 이어 8세대급에서도 연달아 '최초' 타이틀을 가져가며 만만치 않은 경쟁자임을 입증했다. 2위 사업자인 SK하이닉스 역시 최근 238단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양산을 준비 중이다. 3, 4위 기업인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도 200단 이상 제품 개발을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33.3% 수준으로 여전히 견고한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낸드 업계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상위 3개 기업이 지배하는 D램과 달리 다수의 경쟁자가 존재한다는 점이 변수다. 언제든 점유율에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누구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기술 초격차를 이끌면서 추격자들을 다시 한 번 압도하려 하고 있다. 비록 경쟁사들이 200단 이상 제품을 먼저 선보이긴 했지만 품질과 원가 경쟁력 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삼성전자 신제품의 데이터 입출력 속도는 최대 2.4Gbps에 달한다. 이전 세대 V낸드에 비해 약 1.2배 빨라졌다. 또 삼성전자는 8세대 V낸드가 업계 최고 수준 비트 밀도를 지닌 대용량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웨이퍼(원판) 한 장당 생산할 수 있는 제품 수가 늘어나 원가 경쟁력에서 타사 대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적층 경쟁에서 더욱 가속페달을 밟을 계획이다. 자체 개발한 3D 스케일링 기술로 셀 간 층고를 좁혔을 때 발생하는 간섭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2024년 9세대 V낸드 양산을 준비 중이고, 2030년에는 1000단 이상 V낸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삼성전자는 응용처도 대폭 넓히기로 했다. 우선 8세대 V낸드를 앞세워 차세대 기업용 서버 시장 고용량화를 주도하는 것과 동시에 자동차 시장까지 제품 적용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측은 "전장 시장은 2030년 이후에는 서버, 모바일과 더불어 3대 메모리 반도체 응용처가 될 전망"이라면서 "고성능·고사양 제품 확대로 2025년까지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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