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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부자들, 바람잘날없는 시장에도 장투펀드 더 담았다

김정범 기자

입력 : 
2022-11-06 17:42:18
수정 : 
2022-11-06 20: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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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의 연금 포트폴리오는
노후대비 최적화된 신종 펀드
투자액 4년새 30배나 늘어나
과거 증시침체기 펀드런 없이
포트폴리오 중 펀드 34% 최고
킹달러·절세매력 美 ETF 인기
장기·분산으로 투자문화 변화
◆ 연금 백만장자 시대 ◆
사진설명
10억원이 넘는 퇴직연금을 보유한 '연금 백만장자'의 등장은 장기 분산 투자로 요약되는 선진국형 투자 문화가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6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연금 슈퍼리치'(퇴직연금 10억원 이상)의 주축을 이루는 60대는 2018년 34명에 그쳤지만, 올해 10월 말 131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1명에 불과했던 40대 연금 슈퍼리치도 최근 8명까지 늘었다. 이들은 1인당 평균 자산이 17억2082만원으로 노후 대비를 위한 넉넉한 연금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금리가 크게 오르며 안전자산인 은행으로 돈이 이동하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뚜렷한 상황에서도 장기 투자처인 연금 계좌에는 돈이 유입되는 것은 시사점이 크다는 게 재테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장기간 분산 투자를 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분위기가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정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 자금이 유입되면 시장의 쏠림 현상이 완화되는 효과도 있다.

연금 백만장자들이 관심을 갖는 상품 역시 타깃데이트펀드(TDF·생애주기펀드), 타깃인컴펀드(TIF) 등 장기 투자에 적합한 상품이다. 이들 상품은 생애주기에 따른 자산 배분 전략을 실행하기 때문에 퇴직연금 자금 운용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특히 미래에셋의 10억원 이상 연금 보유자들의 TDF·TIF 투자 금액은 2018년 22억원 수준에서 최근 633억원으로 4년 새 30배 가까이 늘었다.

TIF는 배당주, 선진국·신흥국 국채, 리츠(부동산투자신탁) 등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유지해 매년 일정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TDF는 은퇴 시기가 가까워지면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 비중을 늘린다. 슈퍼리치들이 많이 담은 '미래에셋 전략배분TDF2025'의 수익률은 올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5년 누적 수익률은 14%를 기록했다.

올해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예금 비중은 19%이며 작년 7%와 비교해 12%포인트 높아졌지만, 여전히 펀드 비중이 34%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의 유지는 TDF·TIF와 같은 장기상품 투자가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ETF 투자 비중이 10% 내외를 유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리금 보장형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투자 비중은 약 32%로 나타났다.

다만 ETF는 국내보다 미국과 중국 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미국 S&P500 ETF 투자 금액이 가장 컸다. 달러의 안정성과 함께 장기 곡선을 놓고 보면 미국 증시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전기차·2차전지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ETF 투자가 뒤를 이었다.

해외 주식형 ETF 투자가 많은 것은 절세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해외 주식형 펀드나 ETF의 경우 일반 증권사 계좌로 투자하면 매매 차익, 배당, 이자 소득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부과한다. 반면 연금 계좌에서 발생한 운용 수익에 대해서는 실제로 인출하기 전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연금으로 수령 시 3.3~5.5%로 낮은 수준의 연금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퇴직금은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통해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의 30%를 절감할 수 있다. 연금 수령 11년 차부터는 감면율이 40%로 늘어난다.

우리나라 퇴직연금 제도는 2005년 도입된 이후 적립금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향후 연금 백만장자도 갈수록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95조6000억원(작년 말 기준)에 달한다. 근로자가 직접 계좌를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IRP 규모는 빠르게 늘면서 지난해만 22조5000억원이 쌓였다. 확정급여(DB)형 적립금(17조6000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이 쌓인 것이다.

퇴직연금 시장이 활성화된 대표적인 나라인 미국은 2006년 미국식 디폴트옵션(QDIA)을 도입한 이후 주식형 펀드와 TDF 투자 금액이 크게 늘었다.

미국 노동부는 생애주기별로 자산을 배분해주는 TDF를 퇴직연금 선택 시 기본 옵션으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 최대 퇴직연금 사업자인 피델리티 고객 가운데 퇴직연금 계좌 잔액이 100만달러 이상인 근로자는 지난해 말 44만명 수준에서 올해 1분기 말 기준 75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장기 투자하면서 미국 퇴직연금 시장이 성장했고 퇴직연금 백만장자도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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