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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겹겹이 악재 쌓이는 채권시장 … CDS프리미엄 5년만에 최고

김명환 기자

차창희 기자

입력 : 
2022-11-03 17:44:30
수정 : 
2022-11-03 19: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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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이언트스텝에 다시 요동
국고채·회사채 금리 동반상승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 45조원
회사채 시장 또 들썩일 가능성
대외 신인도 악화도 불안 요인
흥국생명 이어 DB생명도
신종자본증권 중도상환 연기
◆ FOMC 후폭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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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이 더 오랜 기간 동안, 더 높은 수준까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국내 자본시장 경색 장기화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서울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예상보다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가뜩이나 힘겨운 자금 조달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의 금리 차가 1%포인트로 벌어지면서 외국 자본 이탈을 막기 위해선 한국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고, 향후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정부의 긴급 안정대책으로 가까스로 틀어막았던 혼란이 또 한번 터져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당장 한미 금리 차 확대로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국고채(3년물) 금리는 4.158%로 전날(2일)보다 0.063%포인트 올랐다. 회사채(AA-급·3년물)도 0.083%포인트 상승한 5.616%를 나타냈다. 정부의 시장 안정책으로 자금시장의 숨통이 어느 정도 트이자 하락세를 보였던 금리가 전날부터 다시 상승으로 돌아섰다.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AA-급 3년물 간 금리 차)는 1.458%포인트를 나타냈다. 지난달 18일만 해도 1.166%포인트였던 신용스프레드는 보름 만에 25%가량 증가했다. 신용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 사이 금리 격차로, 이 차이가 클수록 시장은 회사채 투자 위험을 높게 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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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관계자는 "단기자금 시장 경색 국면은 지난달 23일 정부의 긴급 대책으로 안정화됐지만 문제는 거시적 상황"이라며 "올 하반기 가파른 금리 인상이 이뤄졌고, 계속 이어질 것이 확실시되면서 거시적 상황을 대비하는 기조로 옮겨가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3년여 만에 1%포인트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장기간 방치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하반기 들어 회사채와 CP, 자산유동화증권에 이르기까지 자금 조달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고금리가 지속되면 현금 흐름이 악화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 중형 증권사 채권 담당은 "미국의 강력한 금리 인상 기조 재확인으로 채권시장 불안은 계속되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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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달 금통위에서 빅스텝이 단행되면 자금 경색 우려가 다시 불거질 수 있으며 정책 당국의 지원 조치로 안정을 찾았던 채권시장 변동성은 재차 높아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11월에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은 시장 내에 있었다"면서도 "다만 상승 속도는 늦추지만 최고 금리는 더욱 높고, 기간도 더 길 것이라는 언급 때문에 내년 회사채시장을 보는 시각이 반반으로 나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큰 보폭의 금리 상승을 올해로 마무리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내년 회사채시장에도 고금리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김 연구원은 "보통 1~2월에는 '연초효과'로 기관투자자들이 장부를 열고 회사채를 사들이기 시작한다"며 "그러나 내년 초에도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신호는 이들에게 '그래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입장을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회사채 만기(ABS 제외)는 5조1396억원에 달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더하면 규모는 45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상환 불발 이후 대외 신용 리스크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시장 전망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또 전날 흥국생명에 이어 DB생명보험도 원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중도상환) 행사를 미뤄 시장 우려는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일단 금융당국은 "DB생명과 투자자 간 쌍방의 사전 협의를 통해 조기상환권 행사 기일 자체를 연기(계약 변경)한 것으로 조기상환권을 미이행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신인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CDS프리미엄이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일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CDS프리미엄은 전날보다 4bp 오른 74bp다. 이는 지난해 말(21bp)보다 3배 넘게 오른 것으로, 2017년 11월 14일(70.7bp)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대표 기업들의 대외 신용 리스크도 상승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CDS프리미엄은 이달 1일 기준 67.83bp로 지난 1월 3일 21.5bp 대비 3배 이상 급등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채권시장에서도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재계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자금 수요가 많은 연말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아 당장 자금 조달이 급한 상황"이라며 "시장의 자금 악화가 내년에도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아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명환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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