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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채권 찍기 바쁜 한전 … 4200억 한전공대에 쏟아부을 판

송광섭 기자

박동환 기자

입력 : 
2022-11-02 17:50:47
수정 : 
2022-11-02 19: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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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조 최악 적자 우려에도
文공약 때문에 부담 가중
"회사채 찍어 겨우 버티는데
수백억 출연 부적절" 지적도
사진설명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 중후반을 기록하며 3개월 만에 지난해 같은달 대비 5.7% 올랐다. 석유류의 상승세는 둔화했지만, 공공요금 인상 여파에 전기·가스·수도의 오름폭이 커지며 전체 물가 상승에 기여했다. 사진은 2일 서울시내 한 주택가의 전력계량기 모습. 2022.11.2 [한주형기자]
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국전력이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 설립·운영비로 올해 700억원 이상을 출연하기로 확정했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는 설립비로만 약 3500억원이 더 들어가게 된다. 한전은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최대 40조원 규모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데다 연료비 등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20조원이 넘는 회사채까지 발행하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관련 법에 근거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이 한전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이 잇달아 발행한 회사채가 최근 채권시장이 경색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이에 따른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일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을 포함한 그룹사 11곳은 지난달 말 각각 이사회를 열고 올해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설립·운영을 위한 출연액을 확정했다. 그룹사 11곳이 올해 출연한 금액은 총 711억2000만원이다. 회사별로는 한전이 306억5600만원으로 가장 많고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수력원자력 등 6개 발전자회사가 각각 56억2000만원, 한전KPS·한전KDN이 각각 22억4800만원, 한전기술·한전원자력연료가 각각 11억2400만원이다.

사진설명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은 문재인 전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추진됐다. 설립·운영자금은 2019년 말 체결한 협약에 따라 한전이 절반 이상을 대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대학 등이 분담하도록 돼 있다. 한전과 그룹사는 2020년 600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412억8000만원을 운영비·설립비 명목으로 출연했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 추가로 내야 할 설립비 추산액은 3454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운영비도 추가로 든다.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해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서는 한전과 그룹사 부담이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전은 올해 최대 영업손실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연료비가 급격히 올랐지만 이를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서 손실이 쌓인 것이다. 지난 4월과 10월에 전기요금을 잇달아 인상했지만 여전히 '팔수록 손해'인 구조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 그룹사 고위 관계자는 "올해 전기요금을 올렸고 내년에도 추가로 인상한다고는 하지만 물가 등을 고려하면 계속해서 요금을 올리기는 어렵다"며 "회사채를 찍으면서 버티고 있는데 매년 수백억 원씩 출연하는 게 적합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여건을 감안해 한전은 지난 8월 경영난 해소를 위해 보유 부동산과 지분 등을 매각하고 사업을 조정하는 방안 등을 담은 재정건전화 계획을 세웠다. 연료비 절감을 위해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저렴한 석탄발전 가동을 한시적으로 늘리는 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한국에너지공과대학에 대한 지원은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한전 상황이 어려워 대학 지원에 대한 지적을 받았고 내부적으로도 많은 고민을 했다"며 "학교 운영에 차질이 주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출연계획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교수는 "한전의 이익이 많으면 대학을 지원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적자가 큰 상태에서는 생살을 도려내는 것"이라며 "한전의 부담을 줄인다 해도 결국 한전 지원 없이 자립할 수 있어야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송광섭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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