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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美 금리인상 터널 끝 보여"… 부쩍 힘쏠린 긴축 정점론

강인선 기자

진영태 기자

입력 : 
2022-11-01 17:46:26
수정 : 
2022-11-02 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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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FOMC…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 유력

ECB 총재, 금리 속도조절 시사
JP모건 "내년 3월 4.75% 최고"
골드만삭스도 정점론 동참

일각선 낙관론 경계 목소리 커
서머스 교수 '매파 연준' 지지
"긴축속도 낮추면 물가 못잡아"
사진설명
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전 세계 자본시장이 다시 살얼음판에 올라섰다. 이미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정책이 내년 초쯤 마침표를 찍을지, 이번 회의를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에 쏠려 있다.

FOMC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대형 투자은행(IB)은 일단 낙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내년에 미국 기준금리가 4.75~5%에서 정점을 찍고 끝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JP모건은 지난달 31일 '연준의 긴축 속도는 거의 정점에 달했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우리의 예측이 맞는다면 40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는 내년 초에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주 '자이언트스텝' 이후) 연준은 12월 회의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고 내년 1분기에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한 번 더 실시한 뒤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내놨다.

미국 기준금리 전망치 상단을 4.75%로 예측한 것이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수석전략가는 "최근 금리 인상을 단행한 유럽중앙은행(ECB)과 캐나다 중앙은행이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며 금리 인상 정점론에 힘을 실었다.

이에 비해 골드만삭스는 내년 초 2월과 3월 두 차례 '베이비스텝'을 예측하며 금리 정점을 5%로 내다봤다. 금리 상단은 JP모건보다는 다소 높지만, 정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은 비슷하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전략가는 "경기 침체를 예견하는 완벽한 지표인 미국 국채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 역전 현상은 연준을 조만간 피벗(입장 선회)시킬 수 있다"며 "이달 연준 회의가 긴축 기조 유지와 중지 사이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예측했던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전 미국 재무장관)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경제 조사 통계를 보면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강경한 입장을 거둬들일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연준이 경기 침체 리스크를 우려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경우 인플레이션을 더 이상 통제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실업률이 3%대로 완전고용에 가까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연준의 속도 조절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UBS 글로벌 웰스매니지먼트도 연준의 방향 전환 가능성을 낮게 봤다. 마크 헤펠레 UBS 전략가는 "공식적인 물가 상승세가 잡히기 전까지는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며 "금리 상승 기조가 멈춘다 하더라도 상당 기간 긴축정책 수준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CPI)와 이에 따른 금리 인상 전망이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하는 뉴욕증시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10월 뉴욕증시 성적만 놓고 보면 금리 인상의 끝이 보인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 것처럼 보인다. 다우지수는 한 달 새 14.4% 급등했다. 1976년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S&P500도 8.8%나 올랐다. 예상을 뛰어넘는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에 올 들어 9월까지 다우 -21.0%, S&P500 -24.8%, 나스닥 -30.0%로 20년 만에 최악의 시기를 보낸 후 급반등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반등이 과연 지속가능한 것인지, '데드캣 바운스(폭락 후 기술적 반등)'인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월가의 대표 약세론자인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전략가는 "S&P500지수가 4000~4150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증시 긍정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근거로 지난 9월에 M2 통화량이 줄었다는 점을 들었다. M2는 M1(현금과 요구불예금)에 머니마켓펀드(MMF) 수익증권 등을 합친 통화량이다. 그는 "M2 통화량 감소로 단기 금리가 하락해 증시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올해 하반기 8%대로 치솟은 물가가 연준이 원하는 수준까지 안정되려면 고통의 시간이 더 필요하고, 연준의 긴축이 강도를 높여가면 경기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로젠버그 리서치의 데이비드 창업가는 "경기 선행지표가 6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 정도면 경기 침체 확률이 80~90%가 아니라 100%"라고 분석했다. 특히 경제 성장을 이끌어왔던 아마존, 메타 등 플랫폼과 반도체 기업이 증시가 반등했던 10월에 대폭락했다는 점은 향후 경기 회복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올 들어 시장 움직임이 14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토르스텐 슬로크 아폴로 글로벌매니지먼트 박사는 "2006년 4월~2009년 8월의 S&P500과 VIX(공포지수) 흐름이 2020년 8월부터 현재까지의 흐름과 유사하다"며 경계감을 나타냈다.실제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패닉에 빠져들었던 뉴욕증시는 연말에 급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경기 침체 공포가 지속되면서 2009년 3월에야 최저점을 찍었다.

[강인선 기자 /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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