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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철강도 재고 눈덩이…"4분기까지 실적 쇼크 우려"

강인선 기자

정유정 기자

입력 : 
2022-10-31 17:48:01
수정 : 
2022-11-01 06: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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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산업 재고·차입금 급증

中공급과잉·경기 침체에
포스코홀딩스 재고 26% `쑥`
화학업종도 50%이상 늘어

3분기 상장사 영업익 28%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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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자 화학 철강 등 한국을 먹여 살리는 대표 산업에서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재고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기업 현금 흐름이 악화되고 차입금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다. 주력 산업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D램, 낸드 등 메모리 수요가 줄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재고가 심각한 수준으로 늘어난 데 이어 석유화학 업종의 재고 증가도 심상치 않다.

LG화학은 31일 올 3분기 재고자산이 12조4930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지난해 3분기 7조9860억원과 비교해 56% 폭증한 수치다.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제로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각해지면서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중국이 화학제품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증설 투자를 주도해 공급 과잉까지 벌어진 상태라 재고 누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고 부담이 커지면서 현금 흐름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LG화학의 차입금은 같은 기간 14조원에서 17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실적 발표를 앞둔 석유화학사들은 이미 상반기 재고가 크게 증가한 상태여서 하반기에도 재고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2조793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에 3조1231억원으로 증가했다. 효성화학도 재고자산이 지난해 말 4010억원에서 올 6월 말 4566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금호석유화학은 2113억원에서 2815억원으로, 한화토탈에너지스는 1조8561억원에서 2조3847억원으로 재고자산이 각각 증가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 산업도 심각하다.

매출액의 절반이 철강 사업에서 나오는 포스코홀딩스의 3분기 말 재고는 무려 17조4300억원에 달한다. 1년 전보다 3조6200억원(26%)이나 늘었다. 하반기 들어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각해지면서 철강 수요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3분기 평균 판매단가는 t당 5만원 줄었으나, 원가는 오히려 상승했다"며 "경기 둔화에 따른 철강 가격 조정은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주력 산업의 재고가 쌓이면서 상장사의 3분기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68개 제조 상장사의 분기 영업이익은 26조1465억원으로 전년 동기 36조789억원 대비 2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29조2481억원에서 19조9586억원으로 32% 줄어들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수요가 줄어들 때 재고 수준이 높으면 영업이익이 훨씬 빠르게 압착된다"며 "재고를 떨기 위해 제품가격을 낮춰 팔아야 하는가 하면 오래 출고되지 못한 재고자산은 상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정 기간 사용하지 못한 재고는 가치가 떨어져 '재고자산평가손실'로 반영해야 하는데, 이는 비용에 포함돼 영업이익을 줄인다.

이런 현상은 글로벌 기업에서도 나타난다. 미국 증권전문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의류 업체 아디다스는 지난 3분기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실적 전망치를 3분기 연속 축소했다. 회사 측은 전망치 축소의 주요 원인에 대해 '증가한 재고를 없애기 위한 할인 행사'라고 설명했다. 가전양판점 베스트바이 역시 전자제품 재고 수준이 높았던 점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았다.

반면 3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된 기업들은 상당수가 재고자산이 낮은 수준이었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흑자 전환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재고자산 규모가 3조8958억원이었으나 올해 상반기 기준 1조4674억원으로 62%가량 줄어들었다. 경기 둔화에도 2차전지 시장의 구조적인 성장으로 인해 수요가 견조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02%, 당기순이익은 424% 증가한 현대로템도 재고자산 규모가 2535억원에서 2144억원으로 15% 감소했다.

증권가는 높은 재고 수준으로 인해 3분기 실적이 악화된 반도체, 전자제품, 화학, 철강 등 업종이 4분기까지 실적 조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적과 주가 반등 시점은 재고가 바닥을 찍은 후인 내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LG전자에 대해 "연말 특수성에 재고 조정 부담까지 더해져 4분기는 오히려 3분기 대비 더 안 좋은 실적이 예상된다"며 "연말 재고 조정이 잘 마무리되면 2023년은 한결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4분기에는 수익성이 낮은 제품 위주로 재고 소진 정책을 펼치며 평균판매단가(ASP)가 20%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재고 수준을 낮추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 마련에 나섰다. 석유화학 업계는 가동률 조정과 정기 보수 공사 등으로 재고자산을 줄이며 대응하고 있다.

석유화학사들은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률을 70~80% 선으로 낮춰 운영에 들어갔다. LG화학, 대한유화, 여천NCC는 지난달부터 NCC 공장 정기 보수에 들어갔다. 손실에 대비해 정비와 안전에 집중한 후 성수기에 최대한 생산량을 늘리는 전략을 취한 셈이다.

[강인선 기자 /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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