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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우크라 곡물실은 배 대다수 발묶여

박민기 기자

입력 : 
2022-10-31 17:43:01
수정 : 
2022-10-31 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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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發 곡물대란 재점화

"최악 시나리오, 희망 산산조각"
밀 수입 의존 높은 빈국 비명
러시아가 흑해 곡물 수출 협정 이행을 중단하면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벌써 난항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회기반시설부는 러시아가 협정 이행 중단을 선언한 후 발이 묶인 자국 선박 가운데 일부만을 출항시켰다고 31일(현지시간) 밝혔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우크라이나 사회기반시설부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2척의 곡물 수출선이 우크라이나에서 출항했다"며 "오늘 이들을 포함해 12척이 출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우크라이나 사회기반시설부는 지난 29일 선박 218척의 출항이 막혔다고 전했다.

수출길이 막히면서 자급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개발도상국 위주로 다시 식량안보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구호단체인 국제구조위원회(IRC)는 "러시아의 이번 결정은 재앙으로 이어져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당시에도 곡물 수출길이 막혀 우크라이나 항구에 밀 2000만t이 억류됐다. 이 같은 봉쇄 조치로 밀 수입 중 90% 이상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는 동아프리카 등에서 기아와 빈곤 위기가 확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시왓 사라프 IRC 동아프리카 비상국장은 "유엔 중재로 (지난 7월) 체결됐던 당시 협정은 개발도상국들에 한 줄기 빛을 가져왔지만, 지금은 그 희망마저 산산조각이 났다"며 "특히 가장 빈곤한 나라에 속하는 예멘과 소말리아 등은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악의 상황은 우크라이나 농부들이 작물을 재배해도 판로가 막혀 아예 농사를 포기하는 일이다. 마이클 매그더비츠 런던 라보뱅크 선임분석가는 "소비자들이 단기적으로는 생활에 필요한 곡물을 구할 수 있겠지만, 우크라이나의 수출 공백이 길어진다면 공급 부족으로 곡물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중재한 유엔과 튀르키예 등은 협정을 복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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