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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세금 안내고 버티는 부자 수두룩…체납국세 100조 넘어

김정환 기자

입력 : 
2022-10-31 17:42:02
수정 : 
2022-10-31 22: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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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체납 11% 강남권서 발생
올해는 非수도권도 체납 증가
환수되는 세금은 年11조 불과

코인 활용한 재산 은닉 활개
국세청 "첨단 징세기법 개발"
사진설명
정부가 부과한 뒤 받지 못한 국세가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분석됐다. 밀린 세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회수되는 세금은 연평균 11조원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재정 위기감이 커지며 나랏돈을 아껴 써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과세 행정을 보다 정교하게 짜서 교묘하게 세법망을 빠져나가는 고액 체납자들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31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국세청의 최신 체납통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세 누계 체납액은 100조7221억원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처음 작성된 지난해 6월 이후 1년 새 1조9854억원이 더 불어났다. 정부가 예상한 올해 연간 국세수입(400조5000억원)의 25%에 달하는 돈을 납세자로부터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누계 체납액은 국세징수권 소멸시효(5~10년)가 지나지 않은 세금으로 지금까지 정부가 받아내지 못한 돈을 뜻한다. 전체 밀린 세금 가운데 약 90%(89조원)는 체납자가 행방불명됐거나 재산이 없어 받아낼 가능성이 낮은 체납액(정리 보류 체납액)으로 분류된다.

새로 체납됐거나 전년에 밀린 세금이 올해로 넘어와 비교적 징수 가능성이 높은 세금(정리 중 체납액)은 전체의 10%인 11조원 선이다.

국세청은 2020년부터 일선 세무서에 체납 전담 추적팀을 만들어 밀린 세금을 받아내는 데 고삐를 조이고 있지만 통상 현금으로 환수되는 체납 세금은 연평균 10조7000억원에 그친다. 전국 체납 징수 인력이 1800여 명에 그쳐 징세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빅데이터 조사 기법 등 첨단 기법을 활용해 징세 효율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국세행정개혁위원장을 지낸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은 "악성 체납자의 자산 거래 내역과 동선 등 데이터를 촘촘하게 축적해 수중에 재산이 있는 고액 체납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체납자가 재산을 숨기는 방법이 날로 교묘해지는 만큼 과세 행정도 빠르게 발전시켜 국세수입을 정상화하고 조세 형평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 가진 돈이 적어 소액의 세금조차 못 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재산이 있으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얌체 체납자 역시 상당수다. 지난해 기준 전체 체납자 127만5513명 가운데 1억원 이상 세금이 밀린 고액 체납자 비중은 12%(15만6655명)지만 이들이 안 낸 세금은 전체 정리 중 체납액의 56%에 달한다. 쉽게 말해 정부가 받아낼 수 있는 세금 가운데 열에 여섯은 고액 체납자들이 버티며 안 내는 돈이라는 것이다.

밀린 세금이 많은 지역을 분석하면 부촌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누적 체납액이 가장 많은 곳은 강남세무서로 밀린 세금이 2조3872억원에 달했다. 서초세무서(2조3765억원), 삼성세무서(2조2232억원), 반포세무서(2조1570억원), 역삼세무서(2조827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고액 자산가가 많은 강남권 세무서 5곳의 체납액은 11조2266억원으로 전국 밀린 세금의 11%가 이곳에 몰려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는 서울 이외 지역으로 체납자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서울지방국세청이 담당하는 누계 체납액은 29조4167억원(6월 기준)으로 1년 새 1.3% 소폭 줄었지만 중부청(5.3%), 부산청(3.6%), 광주청(3.6%), 대구청(3.1%) 등 지방청은 체납 세금이 일제히 증가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서 재차 고액 체납자에 대한 조사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가상자산과 사모펀드 등 신종 금융상품을 이용한 재산 은닉 조사를 강화하면서 징세 기술을 계속 개발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징세 효율성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세청 공무원 1명이 걷은 세금은 159억8000만원으로 전년(137억4000만원) 대비 16% 늘어난 반면, 세금 100원을 걷기 위한 징세 비용은 0.54원으로 14% 줄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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