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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우크라 곡물수출 또 막히나…러 "협정 이행 중단"

박민기 기자

입력 : 
2022-10-30 17:45:02
수정 : 
2022-10-30 21: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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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흑해함대 공격 배후
선박 항행 안전보장 못해"

우크라 "통로 차단용 가짜 명분"

글로벌 곡물가 폭등 우려
사진설명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치솟은 곡물 가격의 안정화를 위해 유엔 중재로 참여했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정 이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자국 함대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을 중단 이유로 들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에 대한 혐의를 부인했다. 최대 곡물 생산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수출길이 막히면 글로벌 곡물 가격이 다시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 국방부는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허용하는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 협정 이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이번 발표는 국방부가 크림반도 남서부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에 있는 자국 흑해함대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힌 이후 몇 시간 만에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 여부를 인정하지 않는 동시에 러시아의 협정 불이행 결정을 비난하며 국제사회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봉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번 결정을 내렸다"며 "식량안보 위기를 고조시켜 전 세계적으로 기근을 퍼뜨리려는 러시아의 계획"이라고 전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는 수백만 명의 사람을 살리는 곡물 통로를 차단하기 위해 가짜 명분을 만들었다"며 "다른 모든 국가가 러시아에 협정 이행 중단을 멈추고 다시 수출길을 열 것을 요구하는 데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곡물 가격이 요동치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은 지난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 협정을 체결했다. 밀·옥수수·해바라기씨유 등의 세계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선박이 흑해를 지날 때 120일간 한시적으로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길이 다시 열리면서 폭등했던 곡물 가격도 7월 이후부터 안정을 되찾았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한때 부셸당 12달러를 웃돌던 밀 선물 가격은 협정 체결 이후 8달러대까지 내려갔다. 옥수수 선물 가격 역시 부셸당 8달러 선에서 최근 6달러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러시아가 협정 이행 중단을 선언하면서 글로벌 곡물 가격이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막기 위해 이번 '드론 공격설'을 만들어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 등 수출 확대를 가로막는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에 대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표출해왔다.

미국은 러시아의 이번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완전히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이번 결정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빈곤과 기근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해당 협정은 유엔 중재 아래 체결이 된 만큼 지켜져야 한다"며 "협정 이행 중단이 러시아에 도움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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