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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떠난지 5년만에 기쁘게 돌아왔어요"…무슨 사연이길래

서진우,진창일 기자

서진우,진창일 기자

입력 : 
2022-10-28 17:44:02
수정 : 
2022-10-28 22: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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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4개월만에 다시 문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한때 군산시 수출 20% 차지
조선업 장기불황에 일감 끊겨
가동 멈추며 협력사 80% 폐업

현장 돌아온 직원 벌써 255명
"타향살이 끝내고 고향온 기분"
내년까지 900명 채용할듯
사진설명
한덕수 국무총리(맨 오른쪽)가 28일 5년여 만에 가동을 재개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를 찾아 조선소 야드를 둘러보고 있다. 한 총리 일행 뒤로 비어 있는 도크가 보인다. 이 조선소는 조선업 불황으로 2017년 7월 가동을 중단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기분입니다. 5년간 타지에서 일하느라 설움도 많았지만 이제 고향인 군산에서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어제는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지난 5년간 꺼져 있던 군산에 불꽃이 다시 피어올랐다. 수주 절벽으로 가동을 중단했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재가동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28일 전북 군산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열린 재가동 선포식에 참석한 근로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른 아침부터 근무복으로 갈아입고 재가동을 준비한 직원 이 모씨(47)는 "회사도 어려웠지만 인근 한국GM 공장도 가동을 멈추면서 지역 경제가 최악이었다"며 "점차 생산 물량이 늘어나면 부침을 겪었던 군산시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가동 선포식에는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을 포함한 회사 임직원 외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관영 전북지사 등도 함께했다. 한 총리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아침 출발하기 전 직접 전화를 걸어 '군산조선소 재가공을 축하한다는 말씀을 지역 주민들에게 꼭 전해달라'면서 저를 이 자리에 메신저로 보내셨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산소는 2010년 3월 181만㎡(약 55만평) 용지에 25만t급 선박 4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규모로 들어섰다. 130만t급 도크 1기와 1650t 골리앗 크레인 등을 갖췄다. 투입된 비용만 1조2000억원이었다.

당시 군산조선소는 첫 삽을 뜨기도 전에 건조할 선박을 수주했고, 조선소 건설과 동시에 건조를 진행했다. 연간 24척의 선박 건조능력을 갖춘 군산조선소에는 이미 20척 이상의 배가 줄지어 착공일을 기다리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일시적 반등세를 보였던 세계 조선산업의 길고 깊은 불황이 다시 시작되면서 수주량이 급감했다. 2012년 군산조선소는 배 11척을 인도하는 데 그쳤고, 해를 거듭할수록 상황이 악화돼 결국 2017년 7월 가동을 멈췄다. 이날 만난 조선소 직원은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때 근무했던 직원들은 울산조선소나 다른 조선소로 근무지를 옮겼거나 직종까지 바꾼 사람도 있다"며 "타향살이를 마친 것이나 다름없어 이번 재가동을 반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군산조선소는 지난 4일 선박 블록 등 일부 공정을 재개하면서 현재 직원 255명이 근무 중이다. 본격적인 재가동 시점은 내년 1월을 목표로 한다.

지역 주민들도 재가동을 반기는 분위기다.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당시 85개 협력업체 중 67개가 문을 닫아 4000여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지역 경제의 침체기가 정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군산조선소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 박 모씨(49)는 "재가동 소식 이후 주변 상권 분위기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며 "인력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와 지역 경제가 살아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전라북도는 내년까지 군산조선소에서 10만t 규모의 선박 블록이 생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록 10만t은 일반 대형 선박(길이 280m·폭 40m·높이 20m)을 3~5척 정도 건조할 수 있는 양이다. 전북연구원은 10만t 규모 생산량만으로도 생산 유발 1989억원, 인구 유입 3600명, 단기간 900여 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군산조선소 채용 인원이 연말까지 449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추후 생산 물량 확대 시 연간 예상 매출은 18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현대중공업 측 설명이다.

군산조선소 재가동에는 전라북도와 군산시 등 지방자치단체 노력도 컸다. 전라북도 등은 지난 2월 '군산조선소 재가동 관련 상호 협력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고 지속적인 군산조선소 가동을 위한 인력 확보 지원을 약속했다. 김 지사는 "군산조선소는 군산시 수출의 20%를 책임지던 곳"이라며 "군산조선소 재가동으로 전북 조선산업을 재건하고 지속가능한 조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 군산 = 진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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