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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크라에 무기제공 말라" 위협한 푸틴, 한국이 그리 만만한가

입력 : 
2022-10-28 17:34:02
수정 : 
2022-10-28 23: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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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한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는 한국과 러시아 관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클럽' 회의에서 "러시아가 북한과 협력을 재개하면 한국은 기뻐할 수 있겠나"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한국을 지목해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푸틴이 명확한 근거도 없이 으름장부터 놓은 것은 한 나라의 주권을 무시한 외교적 결례이자 횡포다. 푸틴에게 한국이 그리 만만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도 28일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사실이 없다"면서도 "어디까지나 우리 주권의 문제"라고 했다. 한국이 평화를 지향하지만 무기 제공 여부는 우리나라 고유의 결정 권한이자 주권 사안인 만큼 러시아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지적만으로 푸틴의 무례를 저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가 주권과 국민 자존심을 짓밟는 행태엔 더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는 올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까지 나서 한국에 수차례 무기 지원을 요청해왔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안보 상황 등을 감안해 살상용 무기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대신 화생방 장비, 방탄 헬멧, 전투식량, 의약품 등 비살상용 군수품과 인도적 지원에는 적극 나서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푸틴이 거짓 주장과 일부 외신 보도를 근거로 다짜고짜 '양국 관계 파탄'을 운운하며 우리를 겁박한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무도한 행태다. 오죽하면 영국 더 타임스가 "푸틴의 권력이 무소불위로 커지면서 성격이 왜곡되고 과대망상 등 오만 증후군에 빠졌을 수 있다"고 했겠나.

푸틴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조바심을 내는 것은 그만큼 전황이 불리해졌다는 의미다. 푸틴은 이제라도 자신이 저지른 잔혹한 만행을 멈추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지 않고 인류 생존을 계속 위협한다면 러시아 응징과 전범 단죄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배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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