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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美경제 숫자상으론 `튼튼`…소비 체력 떨어져 속은 부실

김덕식,최현재 기자

김덕식,최현재 기자

입력 : 
2022-10-27 23:09:01
수정 : 
2022-10-28 1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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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GDP 2.6% 성장

통계 수치는 개선됐지만
소비지출 성장폭 크게 둔화
향후 소비심리도 하락세로
경기침체 빠질 우려 여전

“인플레 여전히 높아"
수차례 추가금리 인상 시사
사진설명
미국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섰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개선된 수치에 속지 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미국 수출과 소비,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출 등이 늘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했다고 27일(현지시간) 설명했다. 무역적자는 3분기 수출이 14.4% 증가하고 수입은 6.9% 감소한 덕분에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유와 석유 제품 증가가 두드러졌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미국의 원유와 정제 석유제품 수출 규모가 하루 평균 1140만배럴을 기록해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원유 수출량만 놓고 봐도 하루 평균 510만배럴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 증가세가 둔화된 점이 이러한 경기 침체 공포를 키웠다. 미국 3분기 소비자 지출은 1.4% 증가했다. 이는 2분기의 2.0% 성장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기저수요를 나타내는 '민간 국내 구매자에 대한 최종 판매'도 3분기 0.1% 증가에 불과해 1분기(2.1%), 2분기(0.5%)에 이어 감소세다. 올해 내내 진행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을 감안하면 향후 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분기보다 약화된 소비 지출은 경제가 둔화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며 "3분기 GDP 통계는 결국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최근 들어 미국의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도 향후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달보다 5.3 떨어진 102.5를 기록해 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소비심리가 살아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100은 넘어섰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소비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고문을 지낸 조지프 라보그나는 "GDP 반등에 속지 말라"며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 여파로 주거용 고정투자와 민간 재고투자는 감소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4분기 성장률이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고, 내년에는 기술적 침체가 아닌 실질적인 경기 침체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분기 GDP 수치는 금리 인상과 높아진 인플레이션, 주식 및 주택 가격 하락의 한가운데에서 지속하고 있는 경기 침체를 은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오는 12월부터는 연준이 속도 조절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정치권은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힘을 싣고 있다. CNBC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의 셰러드 브라운 상원의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기준금리 인상이 고용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서한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싸우는 것이 의장의 일이지만 동시에 완전 고용 보장도 의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브라운 의원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과도한 통화 긴축이 견고한 노동시장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을 피해야 한다"며 "잠재적 일자리 감소는 서민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민주당은 비상이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파월 의장에 대해 위험하다고 비판하면서 금리 인상이 고용에 미칠 영향을 경고했다. 같은 당의 로 카나 하원의원은 "연준의 정책이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같은 날 유럽중앙은행(ECB)은 급격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인플레이션 방어 및 연준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또다시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ECB는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 높으며 장기간 목표치를 상회할 것"이라며 "2%의 중기 인플레이션 목표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금리를 더 인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셈이다. 유로존은 최근 에너지난 등으로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9.9% 상승했다.

ECB는 이와 함께 은행들에 제공해 오던 초저리 대출 프로그램인 목표물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Ⅲ)의 유동성 공급 조건도 변경했다. ECB는 "TLTRO에 적용되는 금리를 다음달 23일부터 재조정하고 자발적인 조기 상환 날짜를 제공하기로 했다"며 대차대조표 축소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유럽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긴축 속도 조절을 주장하고 있다. 금리의 급속한 인상이 경기 침체를 앞당겨 고용 불안 등 사회문제를 촉발할 수 있어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에 따르면 9월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1로 팬데믹 기간인 2020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덕식 기자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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