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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최대 29조 풀리는 효과"…한은, 2년만에 위기 구원투수로 나섰는데

`돈맥경화` 수습 기로

공공·은행채 담보로 자금지원
금리인상 기조와 상충논란도

레고랜드 ABCP 2050억원
강원도, 상환계획 한달 앞당겨

채권금리 반짝 하락후 반등
공사·회사채 발행 차질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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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2020년 코로나19 이후 2년여 만에 위기 대응을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내년 1월 말까지 3개월간 최대 6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나서며 직접 유동성 공급에 뛰어든다. 한은이 이처럼 대규모 RP 매입에 나선 것은 2020년 4월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했던 무제한 RP 매입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정부와 한은이 전방위 유동성 공급에 나선 가운데 자금시장 대란을 촉발시킨 강원도가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보증 채무 2050억원을 오는 12월 15일까지 전액 상환하기로 해 단기자금시장의 혼란이 수습될지 주목된다. 은행들과 일부 증권사는 이번 한은의 조치를 통해 기존 국공채는 물론 공공채, 은행채 등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은행이 대출 여력을 키워 자금난을 겪는 제2금융권이나 기업들로 보다 많은 자금이 공급된다. 현재 단기자금시장의 '돈맥경화' 현상은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시행 기간을 일단 3개월로 한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RP 공급은 기존에 한은과 RP 거래 기관인 시중은행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 7개 대형 증권사가 대상이다. 다만 '한국판 양적 완화'로 불렸던 2020년 무제한 RP 매입과는 규모도, 방식도 다르다. 당시에는 금융기관들이 응찰한 모든 금액을 고정금리로 공급했지만 이번에는 사전에 공지한 금액 이내에서 복수금리 경쟁 입찰 방식으로 배분된다.

그동안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면적인 자금시장 지원이 고물가 시대의 금리 인상 기조와 상충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 때문에 담보증권 확대와 차액결제 담보제공비율 유예 같은 미시적 조치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한은은 전격적으로 유동성 공급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한은은 유동성 공급용인 2020년 무제한 RP 매입과 달리 이번에는 유동성 조절이 목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은은 이번 조치로 은행들이 활용할 수 있는 추가 유동성이 최대 29조원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한은은 은행 간 차액결제 시 불이행을 막기 위해 한은에 담보증권을 맡길 때 적용하는 현행 담보비율 70%를 내년 5월까지 3개월간 유지하기로 했다. 담보비율은 국제기준에 따라 2023년 2월 80%로 오르고 2024년 90%, 2025년에는 100%로 올리기로 예정돼 있다.

27일 강원도는 당초 ABCP 상환기일로 밝힌 내년 1월 29일에서 한 달가량 앞당긴 상환 계획을 내놨다. 그만큼 레고랜드 ABCP 사태가 자금 시장에 미친 충격파가 컸기 때문이다. 정광열 강원도 부지사는 "보증채무를 갚는 데 필요한 재원은 추가경정예산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태를 촉발시킨 강원도가 수습에 나서고 한은까지 '소방수'로 나섰지만 시장의 공포감은 지속됐다. 이날 국고채(3년)와 회사채(AA-) 금리는 모두 상승 마감했다. 또 이날 HDC와 한화그룹의 합작회사인 통영에코파워의 510억원 규모 3년물 수요예측엔 단 한 건의 주문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 회사는 A+급이다. 또 대우교통공사(AA+) 발행도 일부 미매각이 발생하는 등 공사채 시장의 발행 차질은 지속되고 있다.

다만 현재 자금 시장 경색 상황의 시발점인 금리 인상 추세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여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보험사 CIO는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중소형 증권사·건설사 등에서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성현 기자 / 강봉진 기자 / 원호섭 기자 / 강원 = 이상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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