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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가 채권개미로…올들어 16조 쓸어담았다

김금이,김명환 기자

김금이,김명환 기자

입력 : 
2022-10-27 19:30:02
수정 : 
2022-10-28 08: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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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채·카드채·회사채까지
금리 급등에 수익률 높아져

순매수금액 1년새 4배 늘어
월평균 거래량도 2조에 육박

KB증권 채권 투자자 63%
"처음으로 채권 사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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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장에선 주식 대신 채권 투자가 뜬다."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가 개미(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지난해 3000을 넘었던 코스피가 올해 들어 2000대 초반에 머물며 전형적인 '베어마켓' 모습을 보이자 개미들의 시선이 채권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또 올 하반기 들어 채권 금리가 오르자 안정적이면서도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채권의 매력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권은 정부나 공공기관, 주식회사 등이 거액의 자금을 일시에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유가증권을 뜻한다. 기관들은 일정 금리를 주고 투자자들에게 채권을 판다. 보통 채권은 개인들에게 친숙한 투자 상품은 아니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주식보다 나은 수익률을 보이는 채권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올해만 개인이 채권을 16조원어치 사들였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26일까지 장외 채권시장에서 개인은 채권을 16조40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작년 한 해 동안 개인의 채권 순매수 금액은 4조5675억원이었는데, 4배 가까이 규모가 커진 것이다.

증시 부진이 이어지자 개미들이 주식시장을 떠나 채권시장으로 몰려간 데다 각 증권사가 리테일(개인 대상) 채권 판매에 열을 올린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기관투자자는 이른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에 들어갔지만, 빈자리를 리테일이 채운 모양새가 됐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테일의 투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상당히 커졌다"며 "기관투자자에 비하면 투자 규모가 작고 회사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는 사례가 많아 유통시장에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연말까지는 회사채 시장을 지탱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미들의 뭉칫돈이 채권으로 향한다는 것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현장이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 센터다. 고액 자산가는 물론 소규모 신규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고금리 채권 상품이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채권 투자 저변이 넓어졌다는 얘기다.

KB증권 분석에 따르면 올해 KB증권에서 채권을 매수한 고객 1만4289명 중 63.5%가 채권에 투자한 경험이 없거나 올해 처음 계좌를 개설한 신규 고객인 것으로 나타났다. KB증권 측은 "채권 자산을 보유한 고객 수는 지난해 말 약 2만명에서 올해 9월 말 약 2만9000명으로 45% 증가했다"며 "늘어난 고객 중 63%는 총자산이 1억원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 발행 규모가 큰 A대형사에선 채권 자산을 보유한 고객 수가 약 4만명으로 작년 말에 비해 1만명 넘게 늘어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채권 투자의 매력이 올라간 이유는 뭘까?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장은 "주가연계증권(ELS) 등에 투자하며 5~7% 수익을 추구하던 고객이 채권 상품으로 많이 넘어가고 있다"면서 "다만 직접 접해본 주식 투자 고객은 기본 40~50% 손실권이기 때문에 채권에 큰 관심을 가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높은 금리에 오히려 관심을 기울이는 고객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곽상준 신한투자증권 강북센터 지점장은 "이달부턴 고객에게 채권 상품을 강력 추천하고 있다"며 "우량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부실 채권은 오히려 판매할 생각도 못하고, 팔리지도 않아 고객 입장에선 오히려 편안하게 투자할 수 있는 매수자 우위 시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신용등급 AAA 한전채는 인기가 워낙 높아 이제 거의 다 떨어져서 없고, 카드채도 많이 팔리고 있다"며 "신용도가 높은 회사채를 고금리로도 살 수 있어 관심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한전채 등 우량 회사채를 비롯해 브라질 채권과 신종자본펀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편 부장은 "브라질은 선제적인 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좋아지고 최근 금리를 동결하면서 브라질 국채 수익률이 높았다"며 "월 지급식 신종자본증권도 금리가 5%대 후반으로 높고 한전채 역시 많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엔 금리 상승에 맞춰 고금리 단기채 투자가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나오며 장기채를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 장기채는 단기채보다 레버리지가 커 금리 인상기에 수익률이 낮았지만,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이 크게 올라 매매차익이 커진다. 특히 코로나19 이전에 발행된 1%대 초반의 저쿠폰 장기 국채는 고액 자산가의 절세 수단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금리 추가 상승 가능성과 개별 상품의 매매 수수료 등을 따져서 좋은 타이밍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금이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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