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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엄중, 시장은 냉혹"…회장취임 이재용 직원에 무슨 말했나

최승진 기자

입력 : 
2022-10-27 17:31:02
수정 : 
2022-10-28 0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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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가지 취임 메시지

취임사·취임식은 없었지만
임직원에 비전 담긴 메시지
위기속 더 도전하는 DNA 강조

① 세상바꿀 인재 육성하고
② 세상에 없던 기술에 투자
③ 창의·개방적 기업문화 약속
④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
⑤ 인류난제 해결사 역할 다짐
◆ 삼성 이재용 시대 ◆
◆ 삼성 이재용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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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 드러난 현실 인식이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아 계열사 사장들과 함께한 오찬에서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메시지에는 그동안의 소회와 각오가 담겨 있다. 그는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며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을 두루 살펴봤다. 절박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회장은 "돌이켜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다"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앞으로의 경영 방향을 암시했다.

이 회장이 언급한 메시지는 크게 다섯 가지다. △세상을 바꿀 인재 양성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 △창의적 조직문화 △사회와 더불어 성장 △인류 난제 해결에 기여 등이다.

우선 이 회장은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1957년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공채를 도입하고 1993년에는 국내에서 최초로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를 신설했다. 1995년에는 입사 자격 요건에서 학력·성별·나이·연고 등을 제외하는 '열린 채용'을 실시했다. 이 같은 '인재경영' 철학을 계승한 이 회장이 인재를 영입하고 양성하겠다는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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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관련해서는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전부터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지난 8월 기흥 반도체 연구개발(R&D) 기공식에서는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나가자"며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6월 유럽 출장을 다녀온 뒤에는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면서 열린 조직문화를 주문했다. 그는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며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면서도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우리의 가치와 질서를 존중하면서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방적인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선택적 시간근로제'와 '거점 오피스' 제도 등을 도입하면서 유연근무 형태를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이 같은 변화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 취임 이후 삼성전자는 조직문화를 더욱 개방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환원에 대해서는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을 맞아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사회와의 동행'을 강조한 바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 협력업체와 산업의 기반을 이루는 기초과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함께하는 '동행'이 삼성이 미래 시장을 개척하고 초격차를 확대하는 근원적 힘이라는 게 이 회장의 시각이다.

이 회장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염병과 기후변화 등 지구적인 이슈와 관련해서도 삼성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RE100에 가입하는 등 탄소중립을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미래의 삼성을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며 "제가 그 앞에 서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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