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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美경제 연착륙 어렵다" 비관론 쏟아낸 월가 거물들

박민기 기자

입력 : 
2022-10-26 17:56:23
수정 : 
2022-10-27 07: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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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투자행사서 쓴소리
JP모건 다이먼 "경기침체보다
지정학적 위기가 더 위협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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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가의 투자 거물들이 내년에도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이와 함께 9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한 지정학적 위기가 일시적 경제 둔화보다 더 위협적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25~27일(현지시간) 개최되는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 참석한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앞으로 경기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부터 세 차례 연이어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아온 연준이 다음달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4번째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솔로몬 CEO는 "앞으로의 경제 시나리오에 인플레이션이 내재돼 있는 현재 상황에서 경기 침체 없이 이를 벗어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프랑크 프티가스 모건스탠리 국제사업 책임자 역시 어두운 경제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2023년에도 경제 상황이 불확실성에 휘둘릴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지금 당장 단언할 수는 없지만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안전한 예측은 미국 등의 경제가 연착륙을 달성하기 쉽지 않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기가 일시적 경기 침체보다 세계 경제에 더 위협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이먼 CEO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 고조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에 성공한 만큼 미국 등 서방 동맹국들과 중국 간 갈등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지정학적 위기와 정치적 갈등을 주시하고 사전에 관리하는 것이 일시적인 경기 침체보다 훨씬 중요하다"며 "경기 침체는 우리의 힘을 합쳐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FII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가 다음달부터 하루 200만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결정을 내리면서 미국과 사우디 간 갈등이 고조되는 와중에 개최됐다.

그러나 미 월가 큰손들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사우디와 거리를 두려는 정책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 FII에 대거 참석했다. 원유 감산 등 이유로 양국의 정치적 관계가 경색됐지만,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사우디와의 경제 교류 통로를 보다 확실히 확보해놓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FII에는 연사로 나선 솔로몬 CEO 등을 비롯해 미 기업인 400여 명과 150개 이상의 미 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원유 감산을 놓고 미국과 사우디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사우디 고위급이 공개적으로 양국 동맹 관계를 재확인하는 발언을 했다. 이날 FII에 참석한 칼리드 알팔레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사우디와 미국은 오랜 기간 확고한 동맹 관계를 이어왔다"며 "양국이 최근 쌓인 오해를 풀고 갈등을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알팔레 장관은 또 양국 간 기업, 교육, 인적 관계 측면에서의 유대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감산 결정 주무장관인 압둘아지즈 빈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글로벌 원유 시장에는 불확실성만 겹겹이 쌓이고 있다"며 "이 같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사우디가 나서서 성숙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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