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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러시아 대규모 핵훈련 통보…美 "심각한 실수"

강계만 기자

입력 : 
2022-10-26 17:56:18
수정 : 
2022-10-27 07: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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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8개월만에 핵훈련 재개
크렘린 "목표임무 모두 달성"

美 "핵무기는 심각한 실수
러 `더티 밤` 사용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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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적의 핵 타격에 대응한 대규모 핵 공격수행을 명분으로 플레세츠크 우주기지 시험장에서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있는 모습. [타스 = 연합뉴스]
러시아가 2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참관하는 가운데 정례 핵 훈련 그롬(Grom·우뢰)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가 핵 훈련을 한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 2월 19일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이와 함께 러시아 국방부는 킨잘 미사일, 이스칸데르 탄도·순항 미사일, 지르콘 극초음속 미사일,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발사 장면 영상을 공개하며 무력시위 수위를 최고조로 올렸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의 지도하에 군이 육상과 해상, 공중에서 전략적 억지력 훈련을 시행했으며, 실제 탄도 및 순항 미사일 발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전략적 억지력 훈련의 목표 임무가 모두 달성됐다"며 "모든 미사일이 목표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적의 핵 공격에 대응해 대규모 핵 공격을 가하기 위한 훈련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 상황실에서 영상을 통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의 보고를 청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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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더티 밤(dirty bomb·방사능 물질이 든 재래식 폭탄)' 사용 가능성을 주장하는 위장전술을 구사하는 동시에 이번 핵훈련을 통해 핵위협 강도를 더욱 끌어올렸다. 더티 밤은 피해가 막대한 핵무기와 달리 일정 지역의 핵오염을 노리는 무기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독립국가연합(CIS) 정보기관장들과 회의에서 "지역 및 세계의 분쟁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더티밤' 사용 계획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략 핵무기 사용은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러시아에서 그롬 훈련 통지를 받았다"며 "전에 강조한 대로 이는 러시아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일상적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는 투명하게 공지해야 하는 군비통제 의무를 따르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더 이상 제공할 정보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는 매년 10월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는 등 핵전쟁 훈련을 실시해왔다. 러시아의 핵전쟁 훈련 사전 통보는 불필요한 오해와 예기치 않은 충돌 위험을 줄여준다. 다만 올해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핵전쟁 훈련이 핵무기를 서방 쪽으로 가깝게 이동시키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의 핵전쟁 훈련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억지 연습인 '스테드패스트 눈'에 대한 맞불일 수도 있다. 10월 말까지 일주일간 실시되는 나토 핵억지 연습에는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전투기들과 모의 핵탄두가 동원되고 있다.

라이더 대변인은 "나토는 군 준비태세를 변경하지 않았으며 현시점에서 전략태세를 바꿀 어떤 필요성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러시아가 핵무기나 더티 밤을 배치하려는 결정이나 의도가 있다는 어떤 신호도 보지 못했다"며 "계속해서 면밀하게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을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자, 서방 국가들과 우크라이나는 오히려 러시아가 더티 밤을 사용한 뒤 이를 우크라이나에 뒤집어씌우는 이른바 '거짓 깃발(위장)' 전술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더티 밤 주장과 핵무기 배치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오늘 그것을 논의하면서 긴 시간을 보냈다"고 말문을 연 뒤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믿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것이 거짓 깃발 작전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고, 아직 모른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심각한,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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