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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오일머니도 시진핑 리스크에 화들짝…투자금 한국으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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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리스크에 `차이나 런`
홍콩증시, 외국인 탈출 직격탄
하루 새 3.5조 역대최대 순매도
美서 中기업 시총 105조 증발

中 위안화 값 15년만에 최저

유럽·중동 국부펀드 韓에 눈길
증시 폭락장서 순매수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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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진핑 3기 체제 출범에 따른 정책 리스크가 중화권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차이나 런(China Run)'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5일 신한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전날 홍콩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하루 만에 무려 179억위안(약 3조5000억원)이나 빠져나갔다. 중국이 홍콩과 선전·상하이의 교차투자를 허용한 선강퉁·후강퉁 개설 이후 외국인 최대 순매도다. 시진핑 체제에 불안을 느낀 외국인 탈출로 홍콩 증시는 6% 넘게 빠졌고, 충격은 미국 시장으로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알리바바, 핀둬둬, 징둥닷컴, 차이나텔레콤, 넷이즈 등 상위 5개 중국 기업의 시가총액이 24일 하루 만에 521억7000만달러(약 75조원)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 전체를 놓고 보면 734억달러(약 105조7100억원)가 증발했다.

외환시장도 심상치 않다. 이날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값은 달러당 7.3084위안에 거래되며 2007년 12월 이후 15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홍콩 역외시장에서도 달러당 7.3621위안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위안화 가치는 20차 당대회가 끝난 직후인 24일부터 7.3위안까지 떨어지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큰손들이 아시아 국가 중 최대 투자처로 여겨온 중국 시장을 외면하면서 한국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동과 유럽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투자 조직 내에 기존 아시아 데스크와 별도로 코리아 데스크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이후 한국 내 주식·부동산 등 자산 밸류에이션이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원화값까지 매력적인 수준으로 떨어지자 자산을 쓸어담을 채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동계 주요 국부펀드들은 최근 국내 유수의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잇달아 만나 향후 한국 기업과 관련한 대체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자금이 넘쳐나는 중동계 국부펀드들이 달러 대비 원화값 약세로 자산 가치가 하락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2배 이상 늘리겠다며 국내 주요 사모펀드들과 잇달아 찾아와 의견을 구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부펀드연구소(SWFI) 등에 따르면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쿠웨이트투자청(KIA)이 각각 1000조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도 900조원 가까운 자금을 운용 중이다.

이들 오일머니는 올 하반기 들어 증시가 폭락한 틈을 타 매수 규모를 늘리며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쿠웨이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3661억원 규모의 한국 주식을 사들였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NBIM)을 포함한 노르웨이 투자자들도 1352억원 규모 주식을 매수했고, UAE 투자자들은 519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앞서 사우디 PIF는 올해 들어 엔씨소프트와 넥슨에 총 3조5000억원을 투자해 각각 2대 주주로 올라서는 등 국내 게임과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콘텐츠 산업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미·중 간 갈등 고조로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대만 시장에 대한 투자 자금도 한국 등 주변국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작지 않다"며 "중동 오일머니뿐 아니라 테마섹,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다른 주요 국부펀드들도 당분간 중국을 대체할 투자처로 한국 등 다른 주변 아시아 국가들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 큰손들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블랙스톤, KKR, 칼라일 등 글로벌 사모투자펀드도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와 자본시장 여건 악화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유망 스타트업과 유니콘을 타깃으로 삼는 모습이다.

대체투자 전문 리서치 기관 프레퀸(Preqin)에 따른면 현재 전 세계 '사모 크레디트' 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된 자금만 1조2000억달러(약 1718조원)에 육박한다. 이 중 투자를 위해 대기 중인 자금(dry powder·드라이파우더)만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4129억달러(약 590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강두순 기자 / 신윤재 기자 /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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