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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천장 뚫은 전력구입비…한전 40조 적자 우려

송광섭,박동환 기자

송광섭,박동환 기자

입력 : 
2022-10-25 17:34:45
수정 : 
2022-10-25 19: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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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1kwh당 350원 첫 돌파
10월 평균 250원 안팎 예상

부동산 매각 등 자구책에도
한전 재무상태 갈수록 수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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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상황이 길어지면서 한국전력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살 때 적용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력도매가의 고공 행진 추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한전의 재무 부담도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25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SMP는 지난 20일 오전 9시 kwh당 358.36원(통합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종전 최고치였던 2010년 1월(334.52원) 기록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SMP는 24일 오전 10시에도 304.29원까지 치솟으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SMP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올 때 적용되는 도매가격으로 SMP가 오르면 한전이 발전사에 더 많은 전력 구매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올 들어 SMP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영향이다. 월별 SMP는 지난 1월 kwh당 154.42원을 기록한 뒤 서서히 오르다 4월 202.11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6월 kwh당 129.72원까지 떨어졌지만 8월 197.74원을 기록하며 반등했다. 지난달에는 kwh당 234.75원으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9월 kwh당 98.77원과 비교하면 무려 137.7% 상승한 것이다.

이달 월간 SMP는 지난달보다 높은 kwh당 250원 안팎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연말로 갈수록 전 세계 수요 확대로 인해 국제 에너지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SMP를 결정할 때는 국제유가가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만약 지금과 같은 고유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말 SMP도 kwh당 300원을 웃돌 공산이 크다는 게 에너지업계 중론이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말 국제유가가 100달러 수준을 유지해도 SMP가 kwh당 36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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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P가 고공 행진하면서 가뜩이나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한전의 재무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전망치(컨센서스)는 30조1748억원에 달한다. 이달 들어 전기요금을 추가 인상했음에도 올 하반기 영업손실(15조8716억원)은 올 상반기(14조3033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영업손실이 최대 4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전은 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유휴 부동산과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등 대대적인 자구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운영자금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마련 중이다. 현행법상 한전의 채권 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약 91조원)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전이 올해 대규모 적자를 낼 경우 한도가 줄어 채권 발행이 어려워진다.

이와 관련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한전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며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내용의 법 개정을 상임위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 발행 한도가 지금보다 훨씬 높아야 자금을 융통하면서 회사 운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력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한전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SMP 상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SMP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할 때 상한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은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지난 5월 행정 예고했다. 하지만 이후 민간 발전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도입 시기는 예정보다 늦춰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SMP는 발전 단가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에 따라 결정되는데 나머지 발전 단가가 싼 발전사업자는 상당히 이익을 보는 구조"라며 "한전 적자에 큰 원인이 되기 때문에 적정 수준으로 상한을 잡겠다"고 언급했다. 보완 작업을 거쳐 SMP 상한제를 추진할 계획을 분명히 한 것이다.

[송광섭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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