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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1억6천만원 벌어도 빠듯…어린이집 300만원이라는 이 지역

이상덕,강계만,진영태 기자

입력 : 
2022-10-25 16:09:31
수정 : 
2022-10-26 11: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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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6천만원 연봉도 빠듯
"실리콘밸리 떠날것" 56%

어린이집 종일반 월300만원
주유소 휘발유값 2배 껑충
"핼러윈 캔디박스도 작아져"

인플레 탓 바이든 지지율 뚝
중간선거 최대 화두도 `경제`
◆ 글로벌 인플레 현장 ◆
◆ 글로벌 인플레 현장 ③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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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스티븐스크릭 대로에 있는 한 주유소에 유가 표시등이 갤론당 6.79~6.99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스티븐스 크리크 대로에 있는 한 주유소. 유가 표시등이 갤런당 6.79~6.99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ℓ당 2583~2659원꼴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시스템인 오피넷이 집계한 10월 셋째주 한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인 ℓ당 1665.6원보다 무려 60%가량 비싸다. 주유소에서 만난 샤이니 아후자 씨는 "코로나19 기간에는 갤런당 4달러 선에서 주유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7달러까지 치솟아 멀리 움직이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취학 전 아동이 다니는 프리스쿨(유아원)도 가격을 올렸다. 샌타클래라 카운티에 있는 한 프리스쿨은 종일반(오전 8시 30분~오후 5시 30분) 가격을 최근 들어 1900달러대에서 2100달러대로 10% 이상 인상했다. 한 학부모는 "유아원을 보내는 데 300만원이 넘게 든다"며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아이를 안 맡길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라고 곤혹스러워했다. 스티븐스 크리크 대로 소재 월마트에서 만난 레이철 윌리엄스 씨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며 "2인 가족이 예전에는 식료품비로 일주일에 150달러면 됐는데 이제는 200달러도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올해 8월 미국 서부 중심지 물가는 곡물·베이커리가 12.2%, 육류·가금류는 8.5%, 과일·채소가 8.2%나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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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기와 천연가스 가격은 각각 18.4%, 31% 급등했다. 신차와 중고차 가격도 각각 17.2%, 8.4% 상승했다. 실리콘밸리를 강타한 것은 고물가뿐만이 아니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분위기가 더욱 침체됐다. 한 자율주행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프로그램 엔지니어는 "실리콘밸리 물가는 그동안 워낙 비쌌기 때문에 더 올랐다고 해서 '확' 체감되지는 않는다"면서도 "문제는 빅테크 기업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인력을 축소하며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라고 설명했다. 한 벤처캐피털에 근무하는 투자자도 "메타를 비롯해 빅테크 기업에 다니다 사실상 해고를 당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직업이 없으면 실리콘밸리에서 거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현재는 무조건 버티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빅테크들은 인력 충원을 조정하거나 사실상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메타는 전 직원 가운데 15%인 1만2000명을 '성과 개선 계획' 대상으로 지정해 사실상 해고 절차를 밟고 있다. 또 트위터는 올 7월 30%에 달하는 직원을 정리해고했다. 테슬라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해고 또는 자연 감소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고물가 쇼크는 미국의 대표 어린이 축제인 핼러윈 풍경마저 바꾸고 있다. 페어팩스 지역에 위치한 월마트는 입구부터 초콜릿과 캔디를 전시하며 핼러윈데이(31일) 마케팅에 돌입했지만 손님이 뜸한 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인플레이션으로 초콜릿과 캔디 박스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며 "사탕회사들이 제품에 들어가는 칼로리를 낮출 정도"라고 지적했다.

재료비·인건비·운송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 크기를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일상화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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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료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캘리포니아 몬터레이공원 인근에 위치한 슈퍼마켓에서 소비자들이 가격표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AFP = 연합뉴스]
시장조사기관 IRI에 따르면 식료품 가격은 최근 1년간 11.4% 올랐다. 이는 오일쇼크가 발생했던 1979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다음달 8일 열리는 미국의 중간선거 이슈도 인플레이션 문제로 수렴되고 있다. 공화당 후보들은 '바이든플레이션(바이든+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TV광고를 내고 있다. 장보기나 자동차에 기름 넣기 등 미국인의 일상이 '바이든플레이션' 때문에 힘들어졌다는 광고 문구로 국민들의 경제적 불만을 자극하려는 목적이다. 이번 선거로 물가 급등을 야기한 조 바이든 행정부를 심판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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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사라토가에 있는 한 매장이 유아용품 공급난으로 1인당 구매 한도를 알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당시 6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인플레이션이 심화된 올해 5월 36%까지 떨어지면서 인기를 잃고 있다. 경기 침체 염려가 가중되면서 낙태권이나 학자금 대출 탕감 같은 바이든 정부 주요 정책이 선거에서는 소위 '약발'이 안 먹히는 형국이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참패할 것이라는 위기설이 제기되자 민주당은 '낙태권' 입법안을 발표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국민이 외면하면서 주요 의제로 떠오르지 않는 실정이다. 이달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7%만이 낙태권이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다. '경제' 이슈에 비해 4분의 1도 안 되는 셈이다. '경제' 이슈를 해결하는 데는 민주당보다 공화당이 더 적합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입소스 조사 결과 '경제' 문제에서 공화당을 신뢰한다는 응답자가 38%인 반면 민주당은 24%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실리콘밸리 = 이상덕 특파원 /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 서울 =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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