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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단독] 美 인플레 감축법 불똥, 이번엔 국내 정유사로 튀었다

박동환,이윤재 기자

입력 : 
2022-10-24 17:54:48
수정 : 
2022-10-24 21: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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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친환경 세액공제, 韓 정유업계 대응 비상

올 對美 수출액 27억달러
최대수출국 입지 흔들
사진설명
항공기 밑에서 본 모습 [매경 DB]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내년부터 '친환경(바이오) 항공유'에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IRA를 계기로 친환경 항공유 시장이 새롭게 열리는 것인데,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국내 정유사들의 항공유 수출에 타격을 받을 뿐 아니라 대미(對美) 최대 항공유 수출국으로서 입지마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IRA 타격이 자동차, 반도체 등에 이어 정유업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24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업계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개최한 '미국 공급망 핵심 품목 간담회'에서는 IRA 피해에 대한 국내 정유사들의 우려가 제기됐다. 이 간담회는 최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공급망 핵심 품목 2409개 명단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업계 전문가는 "친환경 항공유에 대한 인센티브가 이뤄지면 국내 정유사들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국내 정유업계는 석유 등 화석연료를 재료로 한 항공유를 수출하고 있는데 올해 1~8월 기준 수출 규모가 77억9000만달러에 달했고, 이 가운데 미국 수출액은 26억8000만달러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미국이 추진 중인 IRA 세부 규정을 보면 미국 정부는 내년부터 사용·판매되는 지속가능항공연료(SAF)를 상대로 갤런당 1.25~1.75달러 규모로 세액공제를 해줄 방침이다. SAF는 화석연료 항공유와 달리 옥수수·사탕수수·폐식용유 등에서 얻은 원료를 발효시켜 생산한 친환경 항공유로, 이를 사용하면 항공기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SAF의 최대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지만 올해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항공유 가격이 1년 새 폭등하면서 SAF와 기존 항공유 간 가격 차이가 크게 줄었다. 게다가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도 친환경 항공유 보급 확산에 열을 올리고 있어 세계 시장에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친환경 항공유를 수출할 정도로 설비 기반이 구축돼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박동환 기자]

美수입 항공유 절반이 한국산…"수출 막힐라" 정유사 비상
IRA, 친환경 항공유에 세혜택
석유서 항공유 뽑던 한국 타격

반도체·車 이어 수출 효자품목
올해 美에 항공유 4조원 수출

친환경 항공유 시장 팽창 예상
부랴부랴 공정 신설 검토 나서
사진설명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불똥이 이번에는 정유업계로 튀면서 미국에 항공유를 대규모로 수출하는 국내 정유사들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판매되거나 사용된 '지속가능항공연료(SAF)'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줄 예정이어서 서둘러 SAF 개발·생산 검토에 나서는 등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4일 매일경제가 분석한 IRA 조문에 따르면 올해 12월 31일부터 2024년 말까지 판매·사용된 SAF에는 갤런(gal·1배럴은 약 42gal)당 최소 1.25달러에서 최대 1.75달러의 세액공제를 해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연료 효율인 탄소집약도에 따라 공제액이 더 커지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지급하던 재생디젤 세액공제(BTC)보다도 훨씬 규모가 크다. SAF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지만 국내 정유 업체들의 대응은 아직 초기 단계다.

문제는 미국의 항공유 최대 수입국이 한국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정책 변화에 국내 정유 업체들의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칫 이번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그동안 '효자' 노릇을 했던 항공유 수출 감소도 불가피하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순수입한 항공유(등유 기반 제트유)는 일평균 8만배럴로, 이는 미국 전체 수입량의 절반(49%)에 달한다. 순수입 기준으로 페르시아만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전체를 합한 물량보다도 많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유사들이 미국에 수출하는 항공유 비중이 상당하다"며 "국내 정유사들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대규모 적자를 냈는데, 가장 큰 이유가 미국 하늘길이 막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던 2020년 1분기 당시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는 4조원대 적자를 낸 바 있다.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항공유는 2067만배럴이다. 금액으로는 26억7800만달러(약 3조8600억원)에 이른다. 한국의 전체 항공유 수출액(77억8500만달러)의 약 20%다. 관세청 수출통관 통계에서도 지난해 국내 석유제품 수출액은 381억2100만달러(약 54조9700억원)로 반도체, 자동차에 이어 3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SAF에 세액공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미국의 조치가 작지 않은 후폭풍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SAF가 친환경 연료인 만큼 기존 항공유보다 가격이 2배가량 비싸 당장 국내 정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SAF 시장은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EU)도 2025년부터 EU 내에서 사용되는 모든 항공유에 SAF를 섞어 쓰도록 규정했고, 2050년에는 그 비율을 63%로 늘리도록 했다. 이에 영국 쉘, 미국 셰브론, 프랑스 토탈 등 유수의 에너지 업체들이 SAF 생산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늦었지만 SAF 도입에 대응하기 위한 검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울산에서 열린 60주년 간담회에서 울산콤플렉스(CLX)에 친환경 항공유 생산을 위한 공정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충남 서산 공장 내에 친환경 항공유 생산 공장 건립을 검토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대한항공과 바이오 항공유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일찍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석유·가스·메탄 등 생산에는 규제를 가할 예정이다. 가령 2024년부터는 메탄가스 배출에 대해 t당 900달러의 요금을 부과하고 2026년까지 점진적으로 t당 1500달러로 올릴 계획이다.

석유 생산에도 규제를 가하는데 미 연방정부 소유 토지 내 신규 유정에 대한 사용료를 16.67~18.75%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박동환 기자 /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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