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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北상선 NLL 먼저 넘고선…南 경고사격엔 방사포 도발

김성훈 기자

입력 : 
2022-10-24 17:42:02
수정 : 
2022-10-24 22: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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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새벽 긴박했던 서해

상선 NLL 침범은 5년여만
軍, 호위함 출동해 대응 조치

기관총 경고사격 빌미 삼아
해상완충구역에 방사포 발사
9·19 군사합의 또 위반

軍 "北상선 의도적 NLL 침범"

한미, 서해서 대규모 합동훈련
사진설명
북한 상선이 24일 새벽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퇴각했다. 북한군은 군이 실시한 경고사격을 문제 삼아 서해 해상완충구역에 방사포를 발사하며 9·19 군사합의를 또다시 위반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오전 3시 42분께 서해 백령도 서북방(약 27㎞)에서 북한 상선(선박명 무포호·약 5000t급) 1척이 NLL을 침범해 우리 군이 경고통신 및 경고사격으로 퇴거 조치했다"고 밝혔다. 군당국에 따르면 이날 무포호는 직선거리 기준으로 NLL을 최장 3.3㎞ 침범했다. 북측 선박이 NLL을 넘어 해군이 경고사격을 실시한 것은 대통령선거 직전인 지난 3월 8일 이후 7개월여 만이다. 북측 상선이 NLL을 넘어온 것은 2017년 1월 이후 약 5년 만이다.

이날 군은 호위함 등 함정 여러 척을 동원해 가깝게는 북측 선박 1㎞ 이내까지 접근해 대응 조치에 나섰다. 군은 무포호의 NLL 침범을 전후로 경고통신을 20여 차례 발신했다. 그러나 이 배가 항로를 북쪽으로 틀지 않아 M60 기관총으로 두 차례에 걸쳐 10발씩 경고사격을 실시했다. 무포호는 경고사격 이후 뱃머리를 돌려 오전 4시 20분쯤 NLL 북쪽으로 되돌아갔고, 중국 측 방향으로 이동했다고 군당국은 설명했다. 북한은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를 통해 "새벽 3시 50분쯤 남조선(남한) 해군 2함대 소속 호위함이 불명 선박 단속을 구실로 백령도 서북쪽 20㎞ 해상에서 아군 해상 군사분계선을 2.5~5㎞ 침범해 경고사격을 하는 해상적정이 제기됐다"고 강변했다.

군당국은 무포호가 항로 착오 등에 따른 단순 월선이 아니라 분명한 의도를 지니고 NLL을 침범했다고 보고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군의 사전 승인 없이 북한 상선이 새벽에 NLL을 침범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사태는 서해 NLL을 무력화하기 위해 북한이 의도적으로 기획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북측 선박의 NLL 침범에 군의 대비태세를 떠보기 위한 의도성이 담겼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무포호는 1991년 북한이 시리아에 스커드 미사일을 판매하기 위해 동원했던 배와 이름이 같다. 당시 무포호는 남포항에서 미사일을 싣고 시리아로 향했으나 서방 정보기관들이 이를 포착, 추적했고 해당 사실이 보도된 이후 이스라엘 측 공격 가능성이 제기되자 결국 남포항으로 되돌아간 바 있다.

북한은 NLL 침범에 대한 정상적 차단 조치를 빌미로 서해에 방사포 사격을 감행했다. 북한은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서부전선 해안방어 부대들에 감시 및 대응태세를 철저히 갖추라는 지시를 하달했다"며 "(이날) 5시 15분 해상적정 발생 수역 부근에서 10발의 방사포탄을 발사해 적함선을 강력히 구축하기 위한 초기 대응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24일 5시 15분 (황해남도) 룡연군(용연군) 일대에서 사격방위 270도 방향(정서쪽)으로 10발의 경고사격을 가하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합참은 "군은 오늘 오전 5시 14분쯤부터 북한이 황해남도 장산곶 일대에서 서해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 내에 발사한 10발의 방사포 사격을 포착했으며, 우리 영해에 관측된 낙탄은 없다"면서 북측의 포병 무력시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합참은 "NLL을 침범한 북한 상선에 대한 우리 군의 정상적인 작전 조치에 대해 북한군이 방사포 사격을 실시한 것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자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특히 "최근에 지상전선에서의 포 사격 도발과 확성기 도발에 이어 해상 침범 도발까지 감행하고 있는 적(한미)들에 다시 한 번 엄중히 경고한다"면서 남측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고 시사했다. 군당국은 최근 중부전선에서 응급헬기가 운항해 이를 북측에 알려주기 위한 차원의 방송이 있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해군은 이날부터 육공군, 해양경찰, 미군 전략과 서해상에서 대규모 합동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에서는 서북도서와 서해안으로 고속 침투하는 북측 공기부양정 등의 침투전력을 신속하게 탐지·격멸하는 대특수전부대작전(MCSOF)을 비롯해 NLL 국지 도발 대응과 해양차단작전 관련 훈련 등이 진행된다. 이날 국방부는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미 사이버사령부 주관 다국적군 연합 사이버 방어훈련 '사이버 플래그'에 처음으로 참가한다고 밝혔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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