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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미 원전동맹이라더니…한수원 美업체에 피소, 무슨 일?

이진한 기자

입력 : 
2022-10-24 17:32:43
수정 : 
2022-10-24 20: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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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원전 수주 앞두고
경쟁사인 美 웨스팅하우스
"한국형 원전은 우리 기술"
미국서 한수원·한전 제소
韓·美 원전동맹 `삐거덕`
사진설명
'한국형 원전(APR 1400)' 기술이 적용된 신한울 1호기. [매경DB]
폴란드 원자력발전 사업 수주를 두고 한국수력원자력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원자력발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과 한국전력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두 기관이 개발한 한국형 원자로 'APR 1400'에 자사 기술이 쓰여 한수원이 독자적으로 원전을 수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주목받은 '한미 원전 협력'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해외에서 단독으로 원전을 수주하는 것을 견제하는 동시에 '공동 수주'를 압박하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4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컬럼비아 연방지방법원에 APR 1400 수출을 제한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APR 1400이 웨스팅하우스가 확보한 컴버스천엔지니어링의 원자로 '시스템 80' 디자인을 바탕으로 개발된 만큼 한수원이 폴란드를 포함해 다른 국가에 APR 1400을 수출하려면 자사와 미국 에너지부(DOE)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컴버스천엔지니어링은 2000년 웨스팅하우스에 인수됐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기술의 수출규제를 명시한 미국연방규정집(CFR)에 의거해 APR 1400에 포함된 기술이 미국 에너지부 허가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수원이 2010년 아랍에미리트(UAE)에 APR 1400 4기를 수출할 당시에도 이 같은 사안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폴란드뿐 아니라 APR 1400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체코, 사우디아라비아와도 미국 기술을 공유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소송 결과에 따라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한 윤석열 정부의 '원전 수출 전략'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 프랑스전력공사(EDF)와 폴란드 신규 원전 사업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6~9GW 규모의 가압 경수로 6기를 지을 예정으로 이르면 올해 말께 사업자를 선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체코의 신규 원전 사업도 이들 3개사가 수주 경쟁 중이다. 체코 정부는 2036년까지 원전 1기 도입을 앞두고 있다. 수주 시 조건에 따라선 3기를 추가할 가능성도 높다. 우선협상대상자는 2024년에 선정된다.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과 한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한미 원전 협력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미 원전 협력은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탄력받기 시작했다. 당시 양국은 원전 기술 이전과 수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원전 동맹'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UAE 바라카 원전 이후 13년 만인 지난 8월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을 수주했다. 이후 폴란드 원전 사업 수주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폴란드 정부는 한국의 원전 시공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과 방산 등 산업에서도 한국과의 협력 수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한수원이 폴란드전력공사(PGE), 폴란드 현지 민간 에너지 업체인 제팍(ZEPAK) 등과 이르면 이달 말께 폴란드의 두 번째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수주의향서(LOI)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웨스팅하우스의 이번 소송 제기가 폴란드 원전 사업에 대한 한국의 단독 수주를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심지어 원전 수출 시 함께 가자고 압박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웨스팅하우스의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인 점을 감안하면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일감 수주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전 전문가는 "사모펀드 특성상 수년 내에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사업 수주에 목말라 있다"며 "한미 원전 협력은 한국뿐만 아니라 웨스팅하우스도 원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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