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 대규모 집회
보수·진보단체 수만명씩 몰려
극한 대치에 일촉즉발 상황도
보수·진보단체 수만명씩 몰려
극한 대치에 일촉즉발 상황도
먼저 포문을 연 건 보수단체였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의 '자유통일을 위한 천만서명 국민대회'는 22일 오후 1시부터 열렸다. 경찰 추산 기준 3만2000명이 모였을 정도로 대규모 집회였다. 전 목사 등 보수단체는 집회에서 "대한민국 청년들이 주사파 정리에 앞장서기 시작했다"며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자유 대한민국을 우뚝 세워야 한다"고 외쳤다.
오후 4시에는 촛불행동 등 진보단체가 숭례문 교차로부터 태평로 교차로까지 세종대로 동쪽 방향 차로에서 경찰 추산 1만6000명(오후 5시 기준)이 모인 가운데 '윤석열 정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촛불행동 집회 참가자들은 "주권자 대통령이 국민을 핍박하니 응징해야 한다"며 "일본 자위대에 나라의 운명을 맡긴 도적"이라고 대응했다. 세종대로를 남북으로 가르며 열린 양쪽 집회에서는 각 진영을 대변하는 주장이 울려 퍼지며 대한민국의 정치적 갈등의 심각성을 실감케 했다.
집회 참가자 수만 명이 세종대로로 몰리자 인근 시민들 역시 큰 불편을 겪었다. 집회 장소 인근 지인 자택에서 나왔다는 홍 모씨(29)는 "친구 집이 너무 시끄러워 집회 장소에서 멀리 벗어나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올라와 가족과 덕수궁 나들이를 왔다는 남 모씨(55) 역시 "멀리서 왔는데 집회 소음이 상당히 시끄럽다"고 토로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식품가게를 운영하는 장 모씨(52)는 "주말 매출이 중요한데 교통이 마비되니 손님이 없다"며 "술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도 있어 상인들 불만이 많다"고 호소했다.
촛불행동 측은 오후 6시 30분부터 한강대로를 거쳐 용산 대통령실 앞인 삼각지 파출소까지 행진했다. 삼각지 파출소 일대에는 오후 4시부터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 4000명이 이미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같은 시간 서로 극명히 대립하는 단체가 모이면서 일대에 긴장감이 높아졌다. 양측 간 "돈 받고 집회에 왔다"며 몸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있었다.
경찰은 도로와 인도 곳곳에 안전펜스를 설치해놓고 행진 대열이 차로 전체를 점거하지 못하도록 유도했다.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역 1~3번 출구와 전쟁기념관 일대에는 차벽을 세워 접근을 막았다. 진보단체는 경찰을 향해 "경찰들은 시민들을 저지하지 말라"고 외치며 도로 통제 중단을 요구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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