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국제

권력 견제장치 다 깨부순 시진핑…영구집권 노린다

손일선 기자

입력 : 
2022-10-23 18:19:12
수정 : 
2022-10-23 23:17:50

글자크기 설정

시진핑 집권3기 출범

국가주석 임기 10년 제한 등
권력 견제장치 스스로 깨

상무위원 전원을 측근으로
새로운 절대권력 체제 완성

차기지도자 후보군도 안보여
권력집중은 양날의 칼 될수도
◆ 시진핑 일인천하 ◆
◆ 시진핑 일인천하 ◆

사진설명
23일 막을 올린 '시진핑 집권 3기'는 시작부터 원칙과 기존 관행들을 모두 허물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인 천하' 시대를 예고했다. 견제와 균형이 모두 사라진 새로운 권력지형 속에서 시 주석이 사실상 영구집권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은 절대권력자였던 마오쩌둥 사망 이후 다양한 권력견제 시스템을 마련해왔다. 문화대혁명처럼 한 사람이 장기간 모든 권력을 독점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상무위원회 내 협의를 통해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했고 국가주석의 임기도 10년으로 제한했다.

'격대지정(현 지도자가 차차기 지도자를 미리 지정하는 제도)'을 통해 지나친 권력투쟁을 사전에 방지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또 '7상8하(七上八下·중국 지도부에 67세는 들어갈 수 있지만 68세는 안 된다)'라는 관습법을 통해 최고지도부에 젊은 피를 계속 수혈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중국의 권력구조가 이번에 모두 와해됐다. 10년 임기 제한과 7상8하 규칙을 스스로 깨고 3연임에 나선 시 주석은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회를 자신의 측근들로 모두 채우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시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임 상무위 기자회견에서 선두에 서서 입장한 뒤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 차이치 베이징시 당서기, 딩쉐샹 당 중앙판공청 주임, 리시 광둥성 당서기를 순서대로 호명했다.

친시진핑 인사였던 자오러지와 왕후닝은 상무위원에 유임됐고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소속이었던 리커창 총리,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과 상하이방으로 분류됐던 한정 부총리는 은퇴했다. 리커창 총리와 왕양 주석은 올해 67세로 '7상8하' 관례대로라면 이번에 유임됐어야 했지만 모두 지도부에서 물러났다.

특히 시 주석은 새로 임명한 상무위원 4명을 모두 측근인 '시자쥔'으로 채우는 깜짝 행보를 보였다. 당초 유력한 상무위원 후보이자 총리 후보였던 후춘화 부총리는 상무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후춘화 부총리는 후진타오 전 주석 계파인 공청단 출신이다.

신임 지도부의 서열 등을 고려하면 리창 당서기가 차기 총리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자오러지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왕후닝은 정협 주석을 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리시는 이날 1중전회에서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로 선출됐고, 중앙서기처 서기와 부총리 자리를 차이치와 딩쉐샹이 각각 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 주석은 과거 국가주석과 권력을 분점해왔던 총리직에 자신의 비서 출신인 리창 당서기를 임명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선보인 데다 총리 자리는 반드시 부총리를 거친 뒤 오르도록 하는 불문율 역시 리창 서기를 차기 총리로 내정하면서 무너뜨렸다.

관심을 모았던 차기 지도부 후보군도 신임 지도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발표를 기준으로 나이를 살펴보면 시 주석 69세, 리창 63세, 자오러지 65세, 왕후닝 67세, 차이치 67세, 딩쉐샹 60세, 리시 66세 등이다. 5년 뒤인 2027년에 시 주석이 퇴임하고 후계자에게 권력을 물려주려면 이번 인사에 50대의 젊은 피가 한두 명은 지도부에 포함됐어야 한다. 하지만 신임 지도부를 모두 60대 인사로 채우면서 시 주석이 3연임을 넘어 4연임 또는 종신집권을 도모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원칙이 무너지면서 모든 힘은 시 주석에게 집중되는 모습이다. 우선 시 주석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보여온 측근 위주로 최고지도부가 구성되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견이 존재하기 힘들게 됐다. 시 주석 1인 지배체제가 확고히 구축되면서 시 주석이 꿈꾸는 '중국몽'도 더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으로는 공동부유를 통한 분배 강화 정책이 더 힘을 얻으면서 기업 규제와 국진민퇴(국영기업 강화 및 민간기업 통제) 기조가 심화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시 주석 1인에게 집중된 권력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이 모든 원칙과 관행을 무너뜨리면서 장기집권에 나선 가운데 경제 악화 등으로 사회 불만이 누적되면 시 주석의 권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