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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레고랜드서 시작된 자금시장 요동…정부, 50조+a 투입

한우람 기자

입력 : 
2022-10-23 18:18:53
수정 : 
2022-10-23 22: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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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상거시금융회의…대규모 유동성 공급 밝혀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에 회사채·CP 매입 16조 등
"초기에 했다면 호미로 막을 일" 뒤늦은 대책 비판도
◆ 자금시장 비상대책 ◆
◆ 자금시장 비상 대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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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 불이행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되자 정부가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유동성 공급을 '50조원+α'까지 확대하는 등 일단 '급한 불' 끄기에 나선 것이다. 23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 5인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회의 직후 추 부총리는 "대내외 복합 요인으로 현재 시장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회사채 시장과 단기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확산과 유동성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한국증권금융의 증권사 유동성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의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또 채안펀드에 남아 있는 1조6000억원을 당장 24일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CP 매입 등에 투입하고, 다음달 초부터 '캐피털콜(펀드 자금 납입)'을 집행해 펀드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정책금융기관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한도를 8조원에서 16조원으로 늘리는 대책도 선보였다. 증권금융과 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해 최근 어려움이 커진 증권사·건설사에 대한 직접 지원 카드도 병행한다. 한국은행은 2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은행에 대한 대출적격담보대상 증권 범위를 공공기관채, 은행채 등으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우량채 쏠림으로 회사채 수요가 증발한 데 따른 조치다.

시장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는 평가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PF ABCP 직매입, 주택공사 보증 등을 비롯한 미시적 접근법은 시장 안정에 직접적으로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 강원도발(發) 유동성 경색이 지난 25일간 사실상 '방치'됐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강원도 채무 불이행 사태 이후 시장의 자금흐름이 급속도로 악화됐음에도 범정부 차원의 논의가 그동안 없었다는 것이 문제"라며 "초기에 대책이 나왔더라면 5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을 발표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호미로 막아도 될 사안을 방치해 가래로 막게 됐다는 얘기다. 유동성 경색보다 더 심각한 거시경제 이슈인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3고(高)'에 따른 불안감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정부의 긴장감이 한층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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