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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韓銀 "자금공급 검토" 립서비스만…금리인상기 정책 엇박자에 신중론

임성현 기자

입력 : 
2022-10-23 18:07:33
수정 : 
2022-10-23 22: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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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채·은행채 대출담보
유동성 직접공급은 안해

증권사 긴급대출 요구에도
이창용 "자금순환 문제 없어"

SPV 대출은 "필요시 검토"
◆ 자금시장 비상대책 ◆
◆ 자금시장 비상 대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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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시장의 유동성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2년여 만에 적격담보증권에 공공채와 은행채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 한은이 꺼내들었던 위기대응 '3종세트'인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금융안정특별대출,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대출 등을 재가동해야 한다는 요청이 거셌지만 일단 한은은 최소한의 조치만 꺼내든 셈이다. 23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은행을 중심으로 한 자금순환에 관해 큰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기업어음(CP) 시장 중심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거시 통화정책의 전제조건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은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를 줄 상황은 아니라는 인식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한은에서 대출받을 때 제공하는 적격담보증권에 공공채와 은행채를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해왔다. 코로나19 위기가 터졌을 당시에도 한은은 RP 대상 증권 확대와 함께 적격담보증권 범위에 국공채 외에 한국전력, 가스공사 등이 발행하는 공공채는 물론 은행채까지 포함시켰다.

이번에 동일한 조치가 시행되면 상대적으로 우량한 공공채·은행채에 대한 쏠림으로 '구축효과'가 일어나면서 회사채·여전채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자금이 직접 투입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한은으로선 부담이 작다. 이 총재는 "이번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해 다음달부터는 시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금융투자업계가 요청했던 금융안정특별대출은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는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시행됐던 조치로 우량회사채(AA-)를 담보로 맡기면 한은이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2020년에는 총한도 10조원 규모로 조성됐고 두 차례 연장을 통해 지난해 2월 종료됐다.

하지만 당시 10개월간 운영되면서 실제 대출을 받아간 증권사 등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회사채, CP 매입기구인 SPV가 가동되면서 우량 회사채를 소화하는 대출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줄어든 탓도 컸다.

연말을 앞두고 자금시장 경색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 속에 시장에선 한은과 정부가 설립한 SPV를 재가동해 비우량 회사채와 CP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0조원 한도로 운영됐던 SPV는 2020년 7월부터 작년 말까지 시행됐다. 총 3조5000억원이 실제 집행되면서 비우량 신용물에 '온기'를 불어넣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작년 12월 종료 시 한은은 SPV를 '비상기구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손실부담 주체를 두고 한은과 정부 간 줄다리기 끝에 도입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재가동은 금통위 의결만 있으면 곧바로 시행이 가능하다. 이 총재는 "이번 방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보고 필요하면 금통위에서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와 SPV 대출 모두 비은행 여신을 규정한 한은법 80조를 다시 발동해야 할 만큼 파격적인 카드인 만큼 한은으로선 부담이 크다. 특히 물가안정을 위해 강력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한은으로선 자칫 시장에 '돈 풀기'라는 엇갈린 메시지를 줄 수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현재 통화정책 기조와 맞지 않기 때문에 직접 지원 형식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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