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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국책銀 동원해 회사채 매입 두배로…시장선 "빠른 집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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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50조+α 유동성 공급

한달만에 비상경제금융회의
예상 넘는 규모에 시장 안도
정부 대응 늦었다는 지적에
추경호 "경청하겠다" 몸낮춰

유동성부족 증권사 3조 지원
지방자치단체 보증 ABCP
지급보증 의무 성실히 이행
◆ 자금시장 비상대책 ◆
◆ 자금시장 비상 대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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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경제·금융당국 수장들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치고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상목 경제수석, 이 총재, 추 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이승환 기자]
정부가 23일 채권시장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방안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최근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미상환 사태로 촉발된 단기자금 시장 경색이 '정부 실패'라는 비판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조치다. 시장은 정부가 예상보다 강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 대책을 선보이자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가 있다. 시장 불안을 빠르게 불식시켜야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일각에선 정책의 집행 여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흐름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통해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대규모 유동성 확보다.

정부가 발표한 '50조원+알파(α)'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을 끌어 담았다.

사실 최근 은행채, 국채 등이 채권시장 자금을 대거 흡수하면서 가뜩이나 얼어붙은 회사채시장은 더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정부 대응이 지연된 탓에 채권시장을 둘러싼 불안감이 더 확산됐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었다.

실제로 이날 추 부총리도 회의 후 브리핑에서 최근 단기자금시장 관련 유동성이 위축된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이 늦었다는 시장의 지적에 대한 입장을 묻자 "시장의 평가를 유념하겠다. 경청하고 있다"며 몸을 낮췄다.

금융위원회는 향후 적극적인 개입을 예고했다. 금융위는 최근 채권안정펀드 여유 재원 1조6000억원을 활용해 신속히 채권 매입을 재개했고, 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내년 6월까지 현행 수준(92.5%)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LCR는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 현금 유출액 대비 고(高)유동성 자산의 비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회의 후 "기존 원칙이나 방법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다 할 것"이라면서 "LCR 유예도 필요하면 더 할 거고, 예대율 규제도 시장과 대화하며 필요한 것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변화 가능성을 시장과 대화하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 "자체 모니터링을 해왔지만 최근 강원도 사태 등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돌발 변수에 민감하니 거기에 신속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보증 ABCP에 대해선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불확실한 정보로 시장 혼란을 야기하는 각종 루머에는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감원의 루머 단속 방침에 대해 "지난주 문제가 됐던 몇 가지 이슈는 기본적으로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시장 교란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며 "왜 허위사실이었는지, 근거가 무엇인지는 적절한 방식으로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업계의 자구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금융위는 이날 회의 후 별도로 권대영 상임위원 주재로 금감원, 금융협회, 정책금융기관, 금융회사와 함께 자금시장 관련 현황 점검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위는 "시장 메커니즘의 복원이 핵심인 만큼 금융업권과 기관투자자 등 금융시장 참가자들도 금융시장의 자금중개 기능이 복원돼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스스로의 노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정부의 재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과 정부가 축적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 서로가 수시로 소통하면서 시장 안정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24일부터 채안펀드를 재가동하는 등 이번 종합대책에 일단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다. 한 시장 관계자는 "유동성 공급 숫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커서 향후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며 "최근 단기자금이 망가진 것은 국내 이슈이니 이를 해소할 확실한 대책 의지만 보여주면 현금을 들고 차환하지 않고 있는 연기금 등 기관들도 시장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한 증권사 사장은 "좀 놀랐다. 이 규모로 나올지는 몰랐다. 시장의 불안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집행에 좀 속도를 내줘야 한다. 2020년 채안펀드 때 집행까지 한 달가량 걸렸는데, 그사이에 기대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들이 직접 회사채, CP를 매입해주는 방안은 좋은데 과연 이 은행들의 실탄이 충분한 상태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HUG와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우량 PF사업장에 보증을 서주게 되면 건설사, 증권사 등의 PF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채종원 기자 / 김명환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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