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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요일 밤 비밀리에…환율개입으로 엔화값 끌어올린 일본

김규식 기자

입력 : 
2022-10-23 18:01:46
수정 : 
2022-10-23 22: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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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자정 직전 비공개 개입
지난달 2.8조엔 규모 넘을듯
한때 엔화가치 144엔대로
한쪽선 돈풀기…효과 제한적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21일 밤늦게 32년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진 엔저를 막기 위해 '엔 매입·달러 매도'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개입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복면(비공개) 개입'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개입 직후 엔화가치가 달러당 144엔대로 7엔가량 오르기도 했지만 일본은행이 엔저의 근본 원인인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다른 나라와 협력이 없었던 단독 개입인 점을 감안할 때 효과는 길어야 제한적·일시적 수준일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이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시간은 21일 오후 10시께로 추정된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가 오후 9시대에 151.94엔가량으로 떨어졌고 미국 언론에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폭 축소를 논의할 수 있다'는 온라인 보도가 나온 직후다. 오후 11시 40분을 전후해 엔화 가치가 급등하기 시작했으며, 22일 새벽 1시께에는 달러당 144엔대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22일 아침에는 다시 달러당 147엔대를 기록했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22일 시장 개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지난달 22일 24년 만에 시장 개입에 나섰을 때 "단호한 조치를 단행했다"고 인정했던 것과 달라졌다. 이에 따라 일본 언론들은 이번 조치를 개입 여부를 공개하지 않는 '복면 개입'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개입에 대해 '도쿄 외환시장이 끝나고 주말 거래가 적은 해외 시장에서 외국 당국과 연계하지 않은 단독 개입이며, 주말 직전 엔화 거래가 적은 시간대에 개입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찌른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시장 개입 규모에 대해서는 수조 엔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지난달 22일 시장 개입 규모가 2조8382억엔(약 27조6000억원) 수준이었는데, 한 일본 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개입 때 규모는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엔저를 막기 위해 전격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엔저의 근본 원인인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 완화와 미·일 금리 차이가 지속되고 있어 효과는 제한적·일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일본 언론에서 나온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 관계자는 "엔저의 근본적 요인이 없어지지 않고 있어 개입 효과는 수 주밖에 못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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