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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급한 불은 껐지만…내년 상반기까지 `90조 PF` 불안불안

강봉진,김유신 기자

강봉진,김유신 기자

입력 : 
2022-10-23 18:01:09
수정 : 
2022-10-23 20: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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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시장 불안 여전

내년 1~6월 만기 57조 몰려
자금조달 차질땐 큰 혼란

당국, 증권·건설 CP 매입
HUG 보증 늘려 기업 숨통
둔촌주공 PF도 조달할듯
◆ 자금시장 비상대책 ◆
◆ 자금시장 비상 대책 ◆

사진설명
23일 금융당국 수장들이 모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내놓자 부동산 업계에서는 일단 분위기를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 회의에서 원칙적 지원 의사만 밝힌 것과 달리 이번에는 구체적인 대상과 지원 규모까지 발표돼 시장 불안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국이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을 재개하기로 하자 업계에서는 "채안펀드가 즉시 매입을 재개해주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반겼다. 회사채·CP 시장에 돈이 돌기 시작하면 부동산 PF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4일부터 시공사 보증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 회사채·CP 매입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인 둔촌주공 재건축 PF 차환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 증권사 채권 연구원은 "증권사와 건설사 CP 매입은 시장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대책"이라며 "시장이 급속히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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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8일 만기가 돌아오는 둔촌주공 사업비 대출 7000억원에 대해 시공사로 참여한 4개 건설사와 증권사들은 ABCP 발행을 시도했지만 최근 단기자금 경색으로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결국 시공단이 사업비를 떠안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사업성이 보장된 서울 대단지 재건축 사업마저 PF 차환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은 부동산 PF 위기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시공사가 수주한 서울의 다른 재개발 사업도 PF 자금 조달을 포기했다는 얘기가 나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국이 시공사 보증 ABCP를 매입하기로 하면서 최근 PF가 막힌 사업장들 가운데 인허가 등 문제가 없는 곳을 중심으로 PF 조달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HF)의 보증 지원을 10조원 규모로 늘리기로 한 것도 건설사의 자금 부담을 완화해줄 전망이다. 시공능력과 신용등급 등 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건설사들이 보증을 받게 되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개발사 관계자는 "업계가 요구해온 PF 보증 확대가 받아들여짐에 따라 금융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당장 급한 불을 끌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내년 상반기까지는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교차한다.

현재 국내 채권시장에 드리워진 자금 경색 현상에 대한 우려는 건설사와 증권사의 CP 등 단기자금 조달 차질이 우량 기업의 회사채 자금 조달 차질로 확산되느냐인데 내년 상반기까지 자금 조달 만기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날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와 건설사가 신용 보강한 만기 도래 PF ABCP 규모는 연말까지 32조3908억원, 내년 상반기(1~6월)까지 57조3759억원 등 총 90조원에 달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 도래액 규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자금 시장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채권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부터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14조원에 육박한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68조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된다.

한 증권사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증권사와 건설사의 CP, 부동산 PF 조달 차질로 발생한 현재 단기자금 시장 경색 우려가 일반 우량 기업 CP, 회사채 자금 조달 차질로 전이되느냐가 관건"이라며 "올해보다는 내년 상반기가 더 걱정스럽다"고 설명했다.

내년 상반기에 자금 만기가 몰리는 것은 7~8월 휴가 시즌, 12월 연말 효과 등으로 국내 기업들이 하반기에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미국 등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에 따른 통화 정책 불확실성으로 올해 11~12월 발행하기로 한 회사채를 내년 1~2월로 이월한 상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공모 기준 회사채 발행 규모는 상반기 28조원, 하반기 20조원 등 총 48조원이다. 내년 상반기의 경우 올해 상반기보다 4조원(14%)가량 늘어난 32조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한 채권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연간 회사채 발행 규모는 50조원 내외"라며 "현재처럼 자금 조달이 녹록지 않은 금융 환경에서 내년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4% 많은 회사채가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강봉진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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