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국제

"중세로 돌아간 느낌"…독일서 장작이 불티나게 팔린다

김기정 기자

입력 : 
2022-10-21 17:53:13
수정 : 
2022-10-21 17:56:01

글자크기 설정

유럽 에너지대란·고물가 현장

獨 물가상승률 71년 만에 최고
가스값은 400% 폭등

전력난 佛·벨기에 공장 스톱
인플레發 파업도 확산
◆ 글로벌 인플레 현장 ◆
◆ 글로벌 인플레 현장 ② ◆

사진설명
지난 2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슈퍼마켓 입구. 난방용 장작 땔감이 수북이 쌓여 있다. 겨울을 앞두고 난방비 공포에 사로잡힌 독일인들이 앞다퉈 장작을 사들이면서 땔감용 나무가 때아닌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매장에서 만난 코나드 코테르 씨는 "크리스마스 장식용으로만 사용하던 벽난로를 얼마 전 청소했다"면서 "장작으로 난방을 하던 중세로 돌아간 것 같지만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너무 올라 어쩔 수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난방용 장작도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것이다. 독일 통계청(Destatis)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독일의 난방용 장작 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85.7% 폭등했다. 코테르 씨는 "장작 가격이 이달 들어서만 10% 가까이 올라 겨울이 오기 전에 미리 사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0%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51년 12월(10.5%) 이후 무려 7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프랑크푸르트 외곽에서 만난 볼프강 벤더스 씨(가명)는 2대째 중소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터지면서 가스비가 400%나 폭등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벨기에 공장들도 하나둘씩 생산시설을 멈추고 있다. 와인잔을 비롯한 유리 제품을 만드는 프랑스 ARC사는 치솟는 전기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주 3일만 근무하기로 했다. 벨기에의 한 유서 깊은 빵집이 전기료로 월 600유로를 내다가 지금은 월 3000유로를 내야 해서 문을 닫았다는 뉴스는 유럽의 자영업자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 장기화의 여파로 극심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이 마치 중세시대로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무 땔감이 불티나게 팔리고 추운 날씨에도 찬물로 손을 씻는 사람이 늘고 있다. 주유소에선 기름을 팔지 않아 자동차들이 멈춰 섰다. 치솟는 물가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뛰쳐나가면서 프랑스와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 '인플레 파업'이 확산되고 시민들의 불안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파리는 현재 프랑스 최대 정유사 토탈에너지 노조의 파업이 한 달째로 접어든 가운데 철도 노조까지 파업에 가세하면서 교통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파리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에는 다시 노란 조끼가 등장하기도 했다.

유럽의 에너지 가격 급등세는 시차를 두고 아시아 등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프랑크푸르트 = 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