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직격탄 유럽을 가다
15년째 파리사는 이민자 가족
"난방비 무서워 온수샤워 못해"
정유사 시위 겹쳐 연료대란
디젤가격 단숨에 60% 치솟아
독일은 `더 추운 겨울` 예고
식빵·감자값 파리보다 비싸
물가공포 틈타 극우세력 득세
15년째 파리사는 이민자 가족
"난방비 무서워 온수샤워 못해"
정유사 시위 겹쳐 연료대란
디젤가격 단숨에 60% 치솟아
독일은 `더 추운 겨울` 예고
식빵·감자값 파리보다 비싸
물가공포 틈타 극우세력 득세
◆ 글로벌 인플레 현장 ② ◆
가스와 전기요금뿐 아니라 디젤과 휘발유 등 자동차 기름값도 폭등했다. 파리는 정유사 노동조합의 파업 사태로 주유소가 연료 공급난을 겪으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프랑스와 접한 국경도시 독일 자르브뤼켄 지역 주유소엔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주유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디젤 가격은 ℓ당 2.39유로. 현대차 투싼 SUV에 가득 주유하니 111.78유로가 찍혔다. 한국 식품기업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영업소장으로 일하는 정솔 씨는 "예전에는 70유로면 가득 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주유소 3분의 1이 파업으로 기름을 팔지 않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프랑스 국경을 넘어야 했다.
독일의 장바구니 물가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20일 유명 슈퍼마켓 체인인 에데카(EDEKA)의 프랑크푸르트 매장을 찾았다. 물가 상승률이 프랑스의 2배에 가깝기에 예상은 했지만 대부분 품목의 가격이 파리보다 훨씬 비쌌다.
가장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품목 중 하나는 식용유로 사용하는 해바라기 기름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 공급받던 해바라기 기름은 전쟁과 함께 유럽 전역에서 가격이 급등했다. 프랑크푸르트의 해바라기 기름 가격은 1ℓ에 4.99유로로 파리의 3.7유로보다 1유로 이상 가격이 높았다. 전쟁 전 유럽에선 해바라기 기름 1ℓ를 1.2유로에 구할 수 있었다. 이 밖에 달걀, 감자, 식빵 등도 프랑크푸르트가 파리보다 단위별로 1유로 이상 비쌌다. 프랑크푸르트 맥도널드 매장의 빅맥 세트는 8.49유로로 파리보다 가격이 낮았지만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는 3.49유로로 파리보다 50센트가량 높았다.
유럽인들에게 이번 겨울은 큰 고비가 될 전망이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말까지는 가정용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전기료를 올리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독일 역시 한 달에 9유로를 내면 대중교통 수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9유로 티켓' 정책이 지난달 종료되면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국가에서는 경제적 불안감을 자극하고 기성 정치집단의 '대응 실패'를 부각한 극우 세력이 돌풍을 일으키며 유럽 정치 지형마저 바꾸고 있다. 유럽인들이 느끼는 물가 상승은 공포 이상이었다.
[파리·프랑크푸르트 = 김기정 컨슈머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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