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사회

동네 PC방 찾기 어렵다 했더니…이런 이유 있었네

김정석 기자

입력 : 
2022-10-21 17:29:53
수정 : 
2022-10-21 22:59:53

글자크기 설정

거리두기 해제후 기대컸지만
오히려 PC방 300곳 문 닫아

게임이용자 84% 모바일 선호
젊은층 스포츠경기 시청처럼
게임도 방송으로 보며 즐겨

서빙로봇 등 업계 생존 안간힘
사진설명
#경기 성남시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배 모군(13)은 중학교에 입학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 PC방을 가본 적이 없다. 배군은 교복을 입고 PC방으로 몰려가는 문화가 중학생들 사이에서는 거의 없다고 했다. 배군은 "보통 모바일 게임을 주로 하고 스크린 타임으로 게임앱 이용 시간 제한에 걸리면 유튜브로 게임 방송을 본다"며 "게임을 직접 안 해도 게임 방송은 보는 친구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영업에 숨통을 틔울 것으로 예상된 PC방이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난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서는 등 게임산업이 나날이 성장하는 반면 한국 게임 문화를 상징하던 PC방은 오히려 쇠퇴하고 있다.

21일 국세청에 따르면 전국에는 지난 4월 기준 PC방 9315개가 있었지만, 7월 들어서는 8996개로 줄어들었다. 지난 4월 18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전히 해제된 뒤에도 석 달간 319개가 줄어든 셈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시행하던 지난 2월에는 1월에 비해 PC방이 오히려 30개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감소세는 이례적이다.

코로나19 발생 직전과 비교하면 PC방 감소 추세는 더 가파르다. 2019년 12월 전국 PC방 수는 총 1만102개였다. 그러나 올해 7월 기준으로 PC방 수는 8996개로 뚝 떨어졌다. 3년 사이에 무려 1106개가 사라진 것이다.

이처럼 PC방 수가 급감하는 것은 삼삼오오 모여 즐기던 '게임 전통'이 혼자서 모바일 게임을 하거나 직접 하는 대신 게임 방송을 보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게임 이용자들은 긴 호흡의 PC 게임보다는 짧은 호흡의 모바일 게임을 선호하는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PC 게임 이용률은 2019년 42.1%로 정점을 찍었다가 매년 감소해 2022년에는 40.3%로 내려앉았다. '2022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서 4462명을 대상으로 최근 이용한 게임 분야를 조사한 결과 모바일 게임이 84.2%로 응답률 1위를 차지했고, PC 게임은 54.2%로 2위에 머물렀다. 서울 소재의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요즘 아이들은 예전처럼 PC 게임을 거의 안 하고 휴대폰으로 게임을 한다"며 "한 반에 두세 명 정도만 리그오브레전드나 배틀그라운드 등을 컴퓨터로 즐기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 게임 문화가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바뀌고 있는 점도 PC방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임을 전문으로 하는 아프리카TV BJ, 트위치TV 스트리머, 유튜버 등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 같은 트렌드를 보여준다. 게임업체들도 새롭게 출시한 게임이나 대규모 업데이트가 진행된 게임을 홍보하기 위한 채널로 이들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한국게임학회 회장)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영상이라는 수동적인 매체에 익숙해지다 보니 상호 작용하는 게임보다 편하게 보면서 즐기는 게임 영상을 선호하고 있다"며 "스포츠를 직접 하기보다는 경기 보는 것을 좋아하듯 게임도 탈바꿈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비대면수업과 재택근무를 위해 집집마다 컴퓨터를 새로 장만한 점도 PC방 쇠퇴에 한몫했다. 가족 구성원들끼리 컴퓨터 이용을 두고 다툴 일도 적어졌고, 새 컴퓨터에서 고사양의 PC 게임을 할 수 있으니 굳이 PC방을 찾을 이유가 없어졌다.

서울 강남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조 모씨(57)는 "아무래도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다들 컴퓨터를 샀기 때문에 PC방을 별로 찾지 않는다"며 "요즘에는 새로운 PC 게임이 안 나오기도 하고 출시해도 사양이 높지 않아 집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PC방 사업자를 대변하는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도 산업의 존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PC방 업계는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서 "부가 수익을 내기 위해 인건비를 절감할 서빙 로봇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김정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