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감세안으로 실책
트러스 총리는 감세를 통해 경제를 부양하겠다며 글로벌 긴축 기조에 역행하는 정책을 꺼내 들었다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면서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트러스 내각은 지난달 23일 450억파운드(약 72조2371억원)의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고, 국채 금리는 급등하는 등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권한울 기자]
측근 경질·정책 폐기에도 못버틴 트러스…차기 英총리 안갯속
트러스 44일만에 사임
사상 최단기 불명예 퇴진
'21세기 철의 여인' 꿈꿨지만
과격한 감세정책 시장 혼돈
측근 재무장관 해임 이후
일주일만에 본인도 물러나
예산안 예정대로 발표하기로
사임 직후 파운드화 강세
트러스 총리는 이날 총리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대표 선거는 다음주에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보수당 의원들만 투표하고 전체 당원 투표는 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트러스 총리는 선거를 주관하는 보수당 평의원 모임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과 사임 발표 직전에 총리실에서 회동했다. 예산안은 예정대로 이달 31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총리'로 불리던 헌트 재무장관은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트러스 총리와 경합했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과 페니 모돈트 보수당 원내대표는 출마가 유력하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아예 총선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트러스 총리는 보수당의 상징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추앙하며 '철의 여인'을 꿈꿨으나 최단명 총리라는 쓰라린 기억으로 남게 됐다. 직전 기록은 1827년 취임한 조지 캐닝 총리로, 그는 당시 폐결핵으로 취임 119일 만에 사망했다. 새 내각이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성급히 내놓은 감세안이 트러스 총리를 쓰러뜨렸다. 지난 9월 23일 450억파운드(약 72조2371억원) 규모 감세안이 포함된 미니 예산을 재정 전망 없이 던지자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그럼에도 트러스 총리가 이념에 매몰돼 감세를 통한 성장을 강행하면서 여당 의원들이 동요했고, 이어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례적으로 비판을 제기했다. 이날까지 총리 불신임 서한을 제출한 보수당 의원이 17명으로 확대됐다.
금융·증권시장은 트러스 총리의 사임 발표를 반기고 있다. 이날 오후 3시현재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전날보다 0.31% 오른 1.1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유럽 증시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시간 유로스톡스50지수는 전날보다 0.15% 오른 3475에, 독일 DAX지수는 전날보다 0.05% 오른 1만2766에 거래되고 있다. 영국 FTSE 100지수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증시는 1% 내외로 상승하며 출발했다.
[권한울 기자 /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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