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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시장왜곡 방치하더니…채권시장 혼란 넘어 패닉

한우람,김명환 기자

한우람,김명환 기자

입력 : 
2022-10-20 18:04:06
수정 : 
2022-10-21 07: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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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컨트롤타워 역할 실패
1조6000억 뒷북 긴급투입

한전·지자체까지 각자도생
회사채 금리 5%대 훌쩍
◆ 자금시장 비상대책 ◆
◆ 채권시장 대혼란 ◆

채권시장이 정부의 방관 속에 발생한 '시장 실패'로 인해 급속히 경색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다 한국전력의 공사채 발행 확대 등으로 시장 유동성이 빠르게 감소한 상태에서 강원도가 돌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지급 보증을 철회한 것이 방아쇠가 됐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단기 자금 시장의 경색은 오히려 '시장 실패'라기보다 '정부 실패' 쪽에 가깝다고 주장하며 책임 공방까지 벌어지는 양상이다.

시장이 발작에 가까운 동요를 보이자 20일 금융위원회는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위원장 특별 지시사항'이라는 이름으로 시장 안정 조치를 발표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반적인 금융시장 불안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필요한 시장 대응 노력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일단 금융위는 채권안정펀드 여유 재원 1조6000억원을 활용해 신속히 채권 매입을 재개하는 한편 추가로 '캐피털콜(펀드에 대한 자금 납입)'도 준비하기로 했다. 또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증권사·여신전문금융회사 유동성 지원을 시행하고, 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유예하는 조치도 병행한다. 금융위는 LCR를 현행 92.5%로 유지하는 계획을 내년 6월까지 연장한다. 최근 은행들은 앞다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서 채권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채권을 비롯한 자금시장은 돈이 마른 상황에서 '믿을 사람이 없다'는 형국이 됐다. 문제는 돈의 양을 줄인 것도, 빚보증을 못하겠다고 나선 것도 모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라는 점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발맞춰 한은은 자본유출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정책 실패로 적자에 시달리는 한전, 유동성 규제를 앞두고 현금 확보에 나선 은행 등이 줄지어 채권을 발행하며 줄어든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였다. 결정타는 지난달 28일 강원도가 2050억원 규모의 레고랜드 ABCP 지급 보증을 급작스레 철회한 것이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며 ABCP, 전자단기사채 등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감하던 상황에서 강원도의 지급보증 철회가 불을 지른 격"이라며 "ABCP 등 단기채권 발행이 막히고 증권사가 해당 물량을 자기자금으로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국고채(3년물)와 회사채(AA-급·3년물)의 신용 스프레드는 1.238%였다. 회사채 금리도 올 초 2.46%에서 이날 5.588%로 두 배 넘게 뛰었다. 따라서 국공채 보유 물량이 적은 중소형 증권사부터 유동성 경색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우람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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