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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카드채·인수금융 자금줄 다 막힐판…조달금리 10%대로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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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ABCP발 자금위기에
채권시장 연쇄 충격


우량 회사채 시장까지 마비
단기차입금 6조 넘는 카드사들
11월 위기설마저 나돌아
저축銀 PF연체율 10%대 비상

일각선 "당국 실기했다" 비판
◆ 자금시장 비상대책 ◆
◆ 채권시장 대혼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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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은 탠트럼(발작)을 일으킨 상황이다. 일단 막힌 곳을 뚫어주는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 여의도 채권 담당자들은 "채권시장이 사실상 멈춘 상황"이라며 "자금이 막혀 우량 등급 기업이 찾아와도 외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채권시장에서 '돈맥경화' 현상으로 대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캐피털 등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들은 자금조달을 위한 모든 경로가 사실상 막혔다. 카드사들은 여신전문금융사채(여전채)를 발행하거나 회사채와 장기CP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모든 조달 수단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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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도가 높은 은행들이 기업 대출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채를 대거 발행하면서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여전채의 인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기준 3년물 AA+ 등급 여전채 금리는 연초(1.674%) 대비 3.5배 증가한 5.889%에 달했다. 여전채와 국채 간 차이인 여전채 스프레드도 155.3bp(1bp=0.01%포인트) 수준으로 커졌다. 스프레드는 지난 7월 초만 해도 100bp가 안 됐는데 4개월여 만에 50% 가까이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코로나19가 한창 퍼져나갈 때인 2020년 4월에 74bp를 기록했는데 그때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벌어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에 이달 여전채 발행은 신한카드 1200억원, 하나카드 1000억원, 삼성카드 100억원, 현대카드 200억원에 그쳤다. 반면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여전채 규모는 1조6500억원에 이른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레고랜드와 은행채 등 여러 악재로 지난주와 이번주만 해도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면서 "지금은 자금조달이 완전히 불가능해져 일단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카드업계에서는 11월 위기설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계속 유지하면 카드사의 자금조달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단기 차입금 잔액은 총 6조63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5%(3조4069억원) 늘었다. 단기 차입금은 회사가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다.

인수·합병 시장도 멈춰서고 있다. 인수금융 시장의 대출금리가 두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치솟았고 이 역시 금융위기 때보다 높은 것이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만 해도 5%대 전후로 형성됐던 인수금융 금리가 최근에는 8~9%대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 스타트업 A사는 최근 동종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국내 금융권에서 10%대 금리를 적용해 대출을 받기도 했다. 금리 조건도 기존 고정금리에서 향후 금리 인상 위험을 반영해 변동금리를 요구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저축은행업계는 현금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 수신금리가 빠르게 오르자 저축은행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방 소재 저축은행에서는 부동산 관련 대출 부실이 현실화하고 있다. 충남 아산에 본점을 둔 아산저축은행 경영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프로젝트파이낸싱(PF)·건설업·부동산업 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의 연체율은 11.06%에 달한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연체율이 3.9%였지만 올해 들어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부동산 관련 대출 규모는 769억원에서 705억원으로 줄었지만 건설업 대출 연체율은 6.06%에서 16.89%로 크게 올랐다.

충북 청주에 본점을 둔 우리금융저축은행 경영공시에 따르면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28%에서 올해 상반기 5.01%로 뛰어올랐다. 회사채 시장이 막힌 이후 단기 자금조달 창구인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마저 차단되면서 시장 불신이 커지자 여전채 인수금융 저축은행까지 자금 경색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한전채·은행채 등 초우량 회사채들이 시장에 대거 쏟아지면서 수요를 빨아들인 것이 현재 자금시장 경색의 주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경기 침체 우려에 가뜩이나 좋지 않은 상황이 초우량 회사채의 '구축 효과'에 따라 수급 부담 가중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20일 종가 기준 국고채(3년물)와 회사채(AA-급·3년물) 신용 스프레드는 1.238%를 기록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신용 스프레드 수준은 2012~2021년 장기 평균인 0.43%는 물론 코로나19 위기 때 고점(0.78%)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한은은 "통화긴축 강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간에 신용 채권시장 위축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명환 기자 / 조윤희 기자 /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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