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경제

[단독] 생태계 뿌리뽑은 `탈원전 5년`…원천기술中企 69곳 문 닫았다

송광섭,박동환 기자

송광섭,박동환 기자

입력 : 
2022-10-20 17:57:13
수정 : 
2022-10-20 20:01:53

글자크기 설정

잇단 수주 낭보에도
원전업체들 여전히 신음


우수기업 468개중 15% 폐업
신규 건설·가동중단이 치명타
전성기대비 경쟁력 65%수준

韓 주춤하는새 美·中·러 약진
日도 발전비중 늘리며 가세
◆ 탈원전 후폭풍 ◆

사진설명
고사 위기에 내몰렸던 한국의 원전 산업이 해외에서 가까스로 돌파구를 찾으며 회생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지난 8월 이집트의 엘다바 원자력발전 건설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폴란드에서 추가 수주 가능성까지 높아지자 국내 원전업계는 겨우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수도권의 원전 설비업체 A사 사장은 "지난 5년간 발주가 크게 줄어 중소 원전업체들이 매우 힘들었다"며 "해외 원전 수주를 비롯해 앞으로 일감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일감이 사라지면서 상당수 중소 원전업체들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전업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8월까지 줄잡아 중소 원전업체 69곳이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수원이 진행하는 원전 사업에 참여할 자격을 갖춘 국내 중소 원전업체 수가 468개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14.7%에 해당한다.

연도별로 보면 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5월 이후)에는 폐업 중소 원전업체 수가 4개에 불과했지만 이듬해부터 급증했다. 2018년 11개, 2019년 21개, 2020년 14개, 2021년 15개 등이다. 올해 들어선 지난 8월까지 4곳이 폐업했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에 가장 많은 중소 원전업체가 폐업한 점을 감안하면 탈원전 정책에 따른 '일감 가뭄'이 결정적 원인으로 풀이된다.

전 정부 출범 첫 해에는 신고리 5·6호기와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일시 중단됐다. 다음 해에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천지 1·2호, 대진 1·2호)의 건설 영구 중단이 결정됐다. 대기업도 칼날을 피하진 못했다. 국내 최대 원전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의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2016년 2834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별도 기준)은 2019년 877억원까지 줄었고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2020년에는 473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요 70개 원전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국내 원전 산업 경쟁력은 탈원전 이전과 비교해 6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1.6%)은 국내 원전 산업의 경쟁력이 30~40% 하락했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기존 원전 산업의 경쟁력이 복구되는 데까지 약 3.9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수출 역량도 위축됐다. 2017년 한국전력은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정부 간 협상이 지연되면서 이듬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었다. 업계에서는 원전 수주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약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원전 산업이 지난 5년간 크게 위축된 사이 미국·중국·러시아 등 원전 강국들은 원전 운영을 유지하거나 확대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가별로 운영 중인 원전은 미국이 93개(설비용량 9만5523㎿)로 가장 많고, 이어 프랑스 56개(6만1370㎿), 중국 54개(5만1109㎿), 러시아 38개(2만8578㎿), 일본 33개(3만1679㎿), 한국 24개(2만3091㎿) 순이었다. 상위 6개국 중 한국과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2021년 기준 지난 5년간 원전 발전 비중이 늘거나 유지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탈원전에 나선 일본마저 원전 가동을 다시 늘렸다. 일본은 2010년 29.2%이던 원전 비중이 2015년 0.5%까지 급격히 줄었지만, 기저발전으로서 원전 역할이 강조되면서 2016년(2.1%)부터 다시 늘어 지난해에는 7.1%까지 증가했다. 반면 한국은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비중이 2016년 30%에서 지난해 28%로 감소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을 추진하던 일본마저도 지난 5년간 원전을 다시 가동하면서 원전 산업 경쟁력과 생태계를 유지했다"며 "그 덕에 일본은 최근 에너지안보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 등 신규 원전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한국은 지난 5년간 스스로 원전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향후 원전 기자재 업체의 수출을 대폭 지원할 계획이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와 공동으로 원전 기업을 위한 수출 설명회를 개최했다. 산업부는 원전 기자재 업체의 수출 확대를 위해 수출 신용 보증, 해외 인증 획득, 수출 마케팅 등 지원 사업을 늘리기로 했다. 원전 기자재 기업에 대한 코트라와 무역보험공사 등 유관기관의 지원도 병행할 계획이다.

[송광섭 기자 / 박동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