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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카카오 "무료서비스도 피해 보상"…그런데 어떻게?

김대기,고민서,황순민 기자

김대기,고민서,황순민 기자

입력 : 
2022-10-19 17:51:18
수정 : 
2022-10-19 23:3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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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 각자대표 사퇴
피해신고센터 개설
◆ 고개숙인 카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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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홍은택 카카오 대표(왼쪽부터)가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먹통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이며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카카오는 무료 서비스 이용자들을 상대로도 피해 보상 방안을 마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데이터센터 등 투자를 크게 확대하겠다는 사태 수습책을 내놓았다. [한주형 기자]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서비스 '먹통 대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19일 전격 사퇴했다. 카카오는 무료 서비스 이용자들에 대해서도 보상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이날 경기도 판교 소재 카카오아지트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5일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대규모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지 닷새 만에 핵심 경영진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를 책임지는 대표로서 참담한 심정과 막중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했다. 그는 "카카오의 쇄신과 변화 의지를 다지고자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비상대책위원회 재발방지소위원회를 맡아 부족한 부분과 필요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일에만 전념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따라 남궁훈·홍은택 공동 대표 체제였던 카카오는 홍은택 현 대표 단독 체제로 운영된다.

홍 대표는 서비스 이용자 보상 계획에 대해 "정책을 수립하고 빠르게 실행하겠다"며 "고객센터와는 다른 별도의 신고 채널을 개설해 피해 신고를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측은 유료 서비스 이용자뿐만 아니라 이번 장애로 피해를 본 이용자, 파트너,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보상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대기 기자 / 고민서 기자]

전력공급 탓한 카카오…정작 셧다운 대비 훈련 안 했다

카카오 대국민사과 기자회견

"화재로 전원 차단되는 바람에
백업시스템 제대로 작동안해"

자체 데이터센터 4600억 투자
비금융권 DR센터 구축엔 신중

"김범수가 사과했어야" 의견도
카카오, 1년새 CEO 4번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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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왼쪽부터)가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먹통 사태와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19일 카카오의 기자회견은 카카오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열렸다. 특히 정치권은 카카오의 서비스 불통 영향으로 나라 전체가 큰 혼돈에 빠진 것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플랫폼 사업 규제 등 카카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국민의힘과 정부는 당정협의회를 열고 카카오 먹통사태의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하며 '공룡' 카카오의 관리 소홀 문제를 질타했다. 특히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오는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장에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이러한 비판 여론을 고려해 카카오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논란이 됐던 무료 서비스 이용자에 대해서도 보상 계획을 세우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특히 정치권의 카카오 규제를 의식한 듯, 민간 기업이지만 공공성 가치를 강조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은 국민 대다수가 쓰기 때문에 공공성을 띠는 서비스지만 그에 부합하는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책무에 소홀한 점이 없지 않다고 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기자회견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카카오는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전력 차단'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 카카오 측은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불이 나 전력이 일시에 차단되면서 이중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전력 공급이 중간에 끊기면 정전으로 인식돼 시스템이 다운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화재 당시 리튬배터리가 손상되면서 이중화 작업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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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SK C&C의 책임 소재를 다투기에 앞서 먼저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번 사태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전력 차단'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특히 카카오는 자사 서비스의 '먹통사태'를 일으킨 이번 데이터센터 전원 차단 같은 유형의 사고에 대비해 별 훈련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홍 대표는 재난훈련 빈도에 대한 질문에 "이번처럼 데이터센터 셧다운을 대비한 훈련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 메신저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력 차단이 되더라도 이중·삼중 백업 계획이 있어야 했지만 이에 대한 계획과 훈련이 없었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특히 카카오는 재해복구(DR·Disaster Recovery)센터 구축 계획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홍 대표는 "금융권은 법에 의해 (DR센터 건립을) 하게 돼 있어 카카오뱅크도 이번에 피해가 없었다"며 "비금융권에서 DR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지는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금융회사에 의무화된 '원격 DR센터 구축'을 카카오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사실상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재해복구센터는 메인 데이터센터 같은 수준의 설비와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 데이터를 갖추고 있다가 메인 데이터센터에 문제가 생기면 서비스를 이어받는 구조로 작동한다. 국내에선 금융권에서 원격 DR 센터를 의무적으로 두게 하고 있다.

홍 대표는 "이번 이중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운영 도구의 이중화는 판교 데이터센터 운영이 안정화되는 대로 시작할 것"이라며 "안정화 이후 2개월 안에 유사한 사고를 막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는 4600억원을 투입해 내년 중 안산 일대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또 카카오는 시흥에서 2024년 데이터센터를 착공하는 것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국민 혼란을 고려하면 김범수 창업자가 사과하는 모습이 진정성이 있었을 것"이라며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김범수 창업자를 국감장 현장에서 보는 것과 사과 기자회견장에서 보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남궁훈 대표가 7개월여 만에 대표 자리에서 전격 물러남에 따라 카카오는 지난 1년간 최고경영자(CEO)가 네 번이나 바뀌는 초유의 사태를 겪게 됐다. 리더십에 큰 문제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범수 창업자의 복귀설이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으나, 홍 대표는 "창업자가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김대기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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