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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스트롱맨` 푸틴·에르도안…금리인하 동반 폭주

김덕식 기자

입력 : 
2022-10-19 17:48:51
수정 : 
2022-10-19 20: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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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위험 계속되자
액손모빌·셸 등 러시아 철수
튀르키예 물가 83% 올라 고통
◆ 글로벌 인플레 현장 ◆
◆ 글로벌 인플레 현장 ① ◆

사진설명
21세기 '차르'와 '술탄'을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왼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오른쪽)이 각각 대통령으로 있는 러시아와 튀르키예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스트롱맨'의 철권 통치가 금리 역주행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7.5%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여섯 번째다.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자본 유출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20%까지 급격히 올렸으나 경제 충격이 완화되자 다시 7.5%로 내리는 '롤러코스터' 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칼날이 예상보다 무뎠다는 점도 러시아가 완화정책을 펼 수 있는 배경이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인도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액이 반년 만에 5.7배나 급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서방 기업들의 잇단 철수 속에 러시아는 점점 세계 경제질서에서 이탈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러시아와 세계 경제 간 디커플링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주요 에너지 기업인 셸과 엑손모빌 등은 수십 년간 진행한 러시아 투자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튀르키예 역시 비이성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계속되고 있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지난해 기준금리를 19%에서 14%로 내렸다. 이어 올해 8~9월 두 달 연속 인하를 단행해 12%까지 낮아진 상태다. 기본적으로 이자를 죄악으로 보는 이슬람 근본주의에 기댄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앙은행에 지속적인 인하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 결과 튀르키예의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시점보다 무려 83% 상승했다. 교통비가 같은 기간 118% 급등해 가장 많이 올랐고 식료품비는 93% 상승하며 국민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정치적 목적 때문에 경제를 볼모로 삼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포퓰리즘 행보는 내년 6월 대선까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19년째 집권 중인 그는 내년 대선에도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에릭 마이어슨 한델스블랑켄 매크로 리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경제를 잘못 다루고 있는 것"이라며 "금리 인하가 단기간에 경제성장을 유지할지는 모르지만 더 큰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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