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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美, 사우디 보복 시작했나…“기업 사업 확장자제 요청할 듯”

강계만 기자

입력 : 
2022-10-19 17:44:59
수정 : 
2022-10-19 18: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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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기업 사업 확장 자제 권고
사우디에 무기 판매 중단 검토
美 비축유 연내 추가 방출 맞불

사우디, 정부 비판 미국인에게
징역 16년 이례적 중형 선고
사진설명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자국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사업 확장을 자제하도록 권고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전해졌다. 이는 사우디가 이달 초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회의를 통해 하루 200만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한 결정을 주도한 것에 대응한 미국 보복 조치 중 하나다. 사우디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사우디를 비판한 미국인(사우디 이중국적)에게 징역 16년을 선고하는 등 미국에 맞서는 모양새다. 미국과 사우디 갈등이 고조되면서 약 80년 전통의 양국 동맹 관계에서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미국 NBC 방송은 전·현직 미국 관료를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미국 기업들의 사우디 내 사업 확대를 막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을 견제하는 등 중동에서의 전략적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산유국 감산 결정 책임을 사우디에 묻기 위해 민간 기업을 지렛대로 삼는 형국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사막의 다보스포럼'인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콘퍼런스'에 정부 대표도 보내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이번 불참은 OPEC+의 대대적인 감산 결정 이전에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는 이 행사에 상무부 장관을 보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에 상무부 부장관을 보낸 바 있다. 앞으로 미국과 사우디 경제 협력 과정에서도 난기류가 예상된다.

백악관은 사우디에 대한 보복 조치와 관련한 질문에 특별히 말할 게 없다고 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기업이 사우디에 계속 투자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에 "미국 기업은 법적 제약이나 사업 환경, 상대국의 정책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투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원유 증산을 요구하기 위해 사우디를 찾아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어 고유가 상황에서 이달 초 OPEC+의 대규모 감산 결정을 마주한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반발하며 "근시안적인 감산 결정에 실망했다"고 비난했다. 또 그는 사우디가 원유 감산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재정을 돕는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러자 사우디는 오직 경제성을 살펴봤으며 산유국 간에 집단적으로 감산을 정했다고 반박 중이다. 오히려 사우디 외무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1개월만 감산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11월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해 감산 일정을 한 달 미뤄 달라는 정치적인 요구를 했다고 은근히 드러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달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빈살만 왕세자와 만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사우디와의 관계 재설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곧바로 의회와 협업에 돌입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사우디에 1년간 무기 판매 중단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로버트 메넨데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민주당)은 사우디에 대한 무기 판매와 안보 협력을 축소해야 한다고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억제가 최우선 국정과제인 바이든 대통령은 연내 1500만배럴의 전략비축유 추가 방출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 3월 발표한 총 1억8000만배럴의 방출 계획 중에서 아직 남아 있는 1500만배럴을 시장에 판매한다는 것이다. 그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라 필요하면 비축유를 계속 방출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는 '탈미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우디 법원은 이날 사우디 정부를 비판했던 72세 미국 이중국적 남성인 사아드 이브라힘 알마디에게 징역 16년과 여행금지 16년을 선고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가족들을 만나려고 미국 플로리다에서 사우디 수도 리야드로 갔다가 체포됐다.

그는 그동안 트위터에서 사우디 빈곤 문제와 자말 카슈끄지 사망 등을 지적하는 글을 총 14건 쓴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가 표현의 자유를 놓고 미국인에게 중형을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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