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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조업 어쩌다가…미국선 공급망, 유럽선 친환경 규제 `낀 신세`

오찬종 기자

입력 : 
2022-10-18 17:40:05
수정 : 
2022-10-19 17: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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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8KTV 판매중단 위기

EU, 마이크로 LEDTV도 규제
삼성·LG 프리미엄 전략 차질
"정부 차원서 목소리 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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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경제를 뒷받침하는 대표 전자·가전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 세계 경영 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에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공급망 규제에 시달리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강화되는 친환경 규제로 인해 프리미엄 가전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세계 경기 침체에 이 같은 '샌드위치 위기'가 심화되면 한국의 산업 경쟁력 약화도 우려되는 분위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강화된 유럽 에너지 소비 효율 기준에 의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8K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등 프리미엄 TV 시장이 내년 3월부터 위축될 위기에 놓였다.

업계에서는 극심한 시장 침체기에 규제까지 더해지면 중국의 추격을 막아내기가 사실상 버거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TV 시장은 전년 대비 금액과 수량 모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TV 시장 규모는 수량 기준 9260만4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6% 줄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전년보다 12.5% 감소했다.

글로벌 TV 시장 1·2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 침체 속에 점유율이 떨어진 반면, 중국 TV 제조사들은 보급형인 액정표시장치(LCD) TV를 앞세워 국내 기업과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고 있다. 금액 기준 국내 TV 브랜드의 글로벌 점유율은 상반기 48.9%를 기록하며 50%대가 무너졌다. 반면 중국은 27.1%로 5%포인트 가까이 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 맹추격하고 있다. 판매 수량으로는 올해 상반기에 이미 중국이 한국을 앞질렀다.

이 같은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차세대 프리미엄 시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카드가 8K와 마이크로 LED다. 8K TV 화질은 4K(UHD)보다 기술적으로 4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8K TV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63.1%로 압도적이다. LG전자의 8K TV 점유율은 5.5% 수준으로 사실상 국내 기업이 70%를 차지한다.

대당 가격이 1억원대로 초프리미엄급인 마이크로 LED TV는 사실상 국내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출시한 데 이어 조만간 89·101인치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LG전자도 최근 전파 인증을 마치고 제품 출시에 막바지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프리미엄 TV 시장이 가장 큰 유럽이 규제 철퇴를 꺼내 들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시장 확대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유럽 내에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두 회사는 8K TV와 마이크로 LED TV의 에너지 소비를 6개월 내 최소 절반 가까이 떨어뜨려야 한다. 하지만 업계는 이를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8K TV는 4K TV보다 화소 수가 4배 더 많다. 화소가 극도로 밀집돼 있어 빛을 투과하는 면적이 작기 때문에 4K와 동일한 밝기를 내려면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TV 업계 관계자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8K TV 휘도(밝기)를 낮추는 등의 편법으로 규정에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8K TV는 시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

TV 업계는 기업 단위 수준에서는 유럽연합(EU)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EU가 기준을 일시에 강화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국내 TV 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가 목소리를 내주지 않는다면 위기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EU 측과 협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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