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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원전수주 차질 우려"…사우디 왕세자 방한 취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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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우디 압박 강화하자
한미관계 의식해 `거리두기`
엑스포 경쟁도 영향 미쳤을듯

원전수출 등 경제외교 타격
내달 G20서 정상회동 가능성
사진설명
미국·사우디아라비아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한국·사우디 관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미국이 사우디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자 한미관계를 의식한 사우디가 한국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다. 17일 정부와 외교가에 따르면 다음달로 예정됐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사진) 방한이 취소됐다.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인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8월부터 11월 방한을 염두에 두고 정상급 교류를 준비 중이었으나 최근 우리 정부에 방문 취소를 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한·사우디 수교 60주년이다. 윤석열 정부는 빈 살만 왕세자 방문을 계기로 사우디에서 진행 중인 650조원 규모 세계 최대 건설 사업인 '네옴시티'와 현지 원자력발전소 수주 프로젝트 등을 주요 의제로 다루고 경제 외교를 펼칠 계획이었다. 대통령실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기정사실화하고 윤 대통령과 만남을 준비해 왔다.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이 무산된 가장 큰 이유로는 미·사우디 갈등이 꼽힌다. 사우디는 원유 감산 문제로 러시아 편을 들면서 미국과 갈등이 시작됐다. 이달 초 OPEC+(석유수출국기구 및 주요 산유국 협의체)는 미국의 노골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루 200만배럴 감산에 합의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CNN방송에서 사우디와의 관계 재설정에 관해 "조 바이든 대통령 선택지 중에는 사우디에 대한 안보지원 접근법 변화도 포함된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사우디 왕세자와 따로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에서는 무기 판매를 포함해 사우디와 모든 협력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관계위원회 위원장(민주)은 OPEC+ 감산 결정 이후 미국이 사우디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국정자문회의 연설에서 "석유는 세계 경제 성장에 중요한 요소"라며 "사우디는 국제 원유 시장의 안정과 균형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가 입찰공고를 내고 한국을 초청한 원전 수주와 관련해서도 미국과 사우디 원자력 협정은 필수다. 미국은 우라늄 농축 비율을 20% 이하로 할 것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사우디는 이를 초과하는 숫자를 원하고 있다. 다만 이 숫자 문제는 표면적인 것이고, 악화된 미국과 사우디 관계 속에서 한국은 이른바 '낀' 상황이 된 것이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미국과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는 한국 상황이 빈 살만 왕세자에게 부담이 됐을 수 있다.

여당 관계자는 "우리 사정이 아닌 사우디 사정 때문에 무산된 것 같은데, 우리나라와 관계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사우디가 미국 뜻과 반대로 원유를 감산한 것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경은 2030 세계엑스포 유치 문제다. 한국의 부산은 사우디 리야드와 2030 세계엑스포 유치를 놓고 2파전 양상으로 경쟁 중이다. 이 같은 상황이 양국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엑스포 문제는 오히려 양국이 각종 거대한 협력 프로젝트를 논의하면서 지렛대로 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해당 문제 때문에 방한이 불발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봤다.

다만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이 불발됐다 하더라도 양국 정상은 다음달 G20 정상회의 등에서 회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15일부터 이틀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양국 정상이 참석하면 양자협의 기회가 생긴다.

[박인혜 기자 / 박윤균 기자 /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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