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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국, 외환보유액 탄탄…시장공포 전염 막는게 급선무" [매경 뉴욕포럼]

문재용 기자

입력 : 
2022-10-14 17:44:30
수정 : 
2022-10-15 09: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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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지주 회장
뉴욕현지서 긴급 간담회


美금리인하 선회 기대는 성급
금융시장 불안 상당기간 지속

통화스왑에 매달릴 필요 없어
건전한 韓펀더멘털 적극 알려야

기준금리 급격한 인상 불가피
정부 재정으로 취약계층 지원
◆ 매경 뉴욕포럼 ◆

사진설명
미국 웨스틴 뉴욕 앳 타임스스퀘어 호텔에서 열린 '2022 글로벌금융리더포럼'에 참석한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본행사 개막 전에 간담회를 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병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뉴욕 = 이충우 기자]
'2022 뉴욕 글로벌금융리더포럼(GFLF)'에 모인 한국의 5대 금융그룹 수장들은 미국 긴축에 따른 시장 불안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다만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한국의 경제 구조가 선진화된 것을 감안해 대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12일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회장들과 함께 금융계 현안을 점검하고 한국 금융 산업의 글로벌 진출 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2022 뉴욕 글로벌금융리더포럼 개막에 앞서 미국 맨해튼에 있는 웨스틴 뉴욕 앳 타임스스퀘어 호텔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는 동안 시장 불안이 점차 가중될 것이고, 금리 인상기를 지나더라도 당분간 경제위기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일단락되면 불안이 일부 완화될 것이나,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로 인해 향후 1~2년간 작은 규모의 위기가 반복될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현재 금융시장 불안은 팬데믹 기간 지나치게 완화적인 통화정책에서 시작됐다"며 "연준이 금리 인하나 동결로 선회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성급하다. 금융시장 불안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동절기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 감산이 맞물려 유가 급등을 초래할 경우 주요국 물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큰 점도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손병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은 "2023년 미국의 기준금리가 4% 후반대까지 예상되고, 각종 경제지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실물경기가 침체 국면에 진입하는 상황에 대형 글로벌 금융회사 위기나 신흥국의 디폴트 등이 발생할 경우 금융위기의 정도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며 원화값이 하락하는 문제도 가까운 시일 내에 해소되기 힘들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이 같은 경제·금융 환경에 대해 각자 의견과 해법을 제시했다. 그들은 전통적으로 위기 상황에서 제시되는 외환정책과 결을 달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과거에는 정부 중심으로 환율과 외환보유액 등을 직접 방어하는 대책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한국의 탄탄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신호를 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윤 회장은 외환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자동적으로 등장하는 한미 통화스왑 논의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한미 통화스왑은 여러 국가 상황을 고려한 연준의 결단이 필요한데, 이 수단에만 매달릴 경우 오히려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신호를 전달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외화자금 유출이 미미하고 외환보유액도 충분하며, 대외순자산국(대외자산이 대외부채를 초과하는 국가)에 오른 것 등을 정부 차원에서 홍보하고 국제 공조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외환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외환 수급 개선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일단락되면 시장도 점차 안정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외환당국은 민간에서 해외 금융자산을 매각해 외화를 국내로 들여올 때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검토 중인데, 이 역시 민간 시장 참여자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국내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함 회장은 "기준금리 인상 확대에 따른 취약계층 지원은 통화정책 차원의 접근보다는 정부 재정 부문을 통한 지원책을 강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내외 금리 차 확대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과 원화 약세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 등을 고려할 때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과도하게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손태승 회장은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쪽에 힘을 실었다.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한국 금융 산업의 발전을 위해 글로벌 진출, 디지털 전환, 비(非)금융 산업과의 결합 등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윤 회장은 "국내 금융사가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진출 확대'와 '투자 중심'으로의 비즈니스 진화, '신사업 확대'가 주요 과제"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각종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으로 금융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변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의 기술로 금융을 생산하는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필수 역량과 시술을 내재화하는 한편 비금융사와의 적극적 제휴를 통해 시대적 변화에 앞서가야 한다"고 했다.

[뉴욕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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