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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리 속도조절 열어둔 이창용 "내달 빅스텝, 美연준에 달려"

임성현,류영욱 기자

임성현,류영욱 기자

입력 : 
2022-10-12 17:53:15
수정 : 
2022-10-13 07: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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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사상 첫 5회연속 인상

5%대 고물가에 강달러 겹쳐
李 "고통 알지만 인상 불가피
부동산 추가하락 가능성"

금통위 2인 0.25%P 소수의견
국고채 3년물 하락세 돌아서
◆ 기준금리 3%시대 ◆

사진설명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하며 머리를 매만지고 있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월에 이어 다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10년 만에 기준금리를 3%대로 올려놓은 것은 물가 급등에 따른 피해가 서민경제는 물론 경제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19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미칠 충격파는 물론 내리막길에 접어든 경기에 추가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은은 당분간 물가 안정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미국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국내 시장에서 자본이 유출되고 이에 따라 원화값이 하락하는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가파르게 금리가 인상되는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경제 전반의 더 큰 손실을 막으려면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실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6%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상승률이 다소 꺾이기는 했지만 완전한 피크아웃(정점 통과)까지 갈 길이 멀다는 판단이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도 4%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으로 국제유가가 여전히 상승세인 데다 강달러에 따른 환율 압력마저 더해져 물가는 추가적인 상승이 불가피하다. 금통위는 "소비자물가는 환율 상승(원화값 하락) 영향 등이 추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상당 기간 5~6%대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달러당 원화값은 1400원 선이 무너지면서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내려앉은 상황이다. 이 총재는 원화값 하락을 부추기는 과도한 해외 투자에 대해 "환율이 정상화됐을 때를 생각하지 않고 투자하면 상투를 잡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를 찍으며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11월(6.8%)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7월 금통위에서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결정적 배경이다. 이후 물가는 8월(5.7%)과 9월(5.6%) 연속 상승률이 둔화됐다. 하지만 미국의 자이언트스텝이 이어지며 한은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이 총재는 부동산시장에 미칠 금리 인상의 후폭풍도 우려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실거래가가 3~4% 떨어졌고 금리 상승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빚을 내서 집을 산 국민들의 고통이 있지만 2~3년간 가계부채가 쌓여 금융 불안의 원인이 됐던 게 조정되면서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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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신흥국들에 '인플레이션을 수출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이언트스텝 행보를 지속하면서 갈수록 벌어지는 한미 금리차도 변수다. 한국으로서는 급격한 자본 유출과 원화값 추락에 대한 부담 때문에 미국의 금리 인상을 뒤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4.5%까지 인상할 것이 유력하다. 11월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스트스텝과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13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수준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11월 FOMC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전 세계 경제가 동요할 수 있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 폭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은이 다음달 세 번째 빅스텝으로 따라가더라도 1.0%포인트만큼 격차가 생긴다. 역대 한미 금리 역전폭이 가장 컸던 때가 1996~2001년 1.5%포인트다. 문제는 가파른 금리 인상이 경기에 미칠 후폭풍이다. 한은도 인정했지만 이미 경기는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고물가 대응에 더 집중하기 위해 경기 침체를 일부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은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물가를 잡는 게 우선"이라며 "물가가 잡히면 다음에 성장정책으로 전환한다"고 우선순위를 분명히 했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인 2.6%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내년은 전망치(2.1%)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데 따른 리오프닝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소비는 오름세지만 글로벌 경기가 동반 위축된 상황에서 수출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금통위는 "소비가 회복 흐름을 이어갔지만 수출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지난 8월 금통위에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됐던 것에 비하면 시각이 더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다음달 금통위에서 세 번째 빅스텝을 밟을지 아니면 베이비스텝으로 돌아설지 주목된다. 이 총재는 최종 금리를 3.5%로 언급했지만 금통위원 간에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금통위에서도 주상영·신성환 위원은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다. 실제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전 거래일보다 0.235%포인트 하락한 연 4.107%에 거래를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4.110%로 0.196%포인트 하락했다. 다음달 금통위에서 한은이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에 베팅한 것이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금통위원 사이에서 빅스텝에 대한 만장일치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과 이 총재의 다소 완화된 스탠스로 다음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전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이 0.5%포인트를 올려도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여전하고 미국은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며 다음달 금통위에서도 빅스텝을 단행하는 것에 무게를 뒀다. 반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 총재 발언을 보면 시장에 금리를 올린다는 신호를 주는 정도로 0.25%포인트만 인상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임성현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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