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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마오 반열에 오르는 시진핑…`인민영수` 칭호까지 받는다

손일선 기자

입력 : 
2022-10-11 17:56:38
수정 : 
2022-10-23 19: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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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열리는 당대회가 변곡점
덩샤오핑 이후 집단지도체제
시진핑 1인 지배로 종언 고해

후임총리에 왕양·후춘화 거론
딩쉐샹·천민얼 등 習측근 그룹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도 관심

갈수록 악화되는 中 경제상황
제로코로나 정책에 불만 누적
習장기집권 앞에 놓인 과제도
◆ 시진핑 일인천하 ◆
◆ 시진핑 3연임 눈앞 ◆

사진설명
훗날 중국 공산당사(史)가 공산당 권력 구조의 변곡점으로 기록할 대형 정치 이벤트가 곧 시작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지을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오는 16일 개막하는 것이다. 이번 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은 이전 지도자들의 10년 집권 관례를 깨고 장기 집권을 향한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3연임에 나서는 중국 지도자는 신중국을 건립한 마오쩌둥 이후 시 주석이 처음이다.

마오쩌둥 사후 중국 지도자가 된 덩샤오핑은 절대권력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5년 임기를 두 번 마치고 나면 새로운 인물에게 지도자 자리를 이양하는 제도를 정착시키고,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지난 10년의 집권 기간 동안 헌법을 고쳐 국가주석의 3연임을 가능하게 했고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으면서 장기 집권을 위한 토대를 착실히 마련해 왔다. 부정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자신의 권력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정적을 모두 제거했다.

이제 남은 절차는 '황제 대관식'(20차 당대회)이다.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는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를 선출하는 자리다. 이 자리를 통해 시진핑 집권 3기 시대가 공식화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덩샤오핑 시대의 유산으로 남아 있던 기존 중국 정치제도들의 수명이 끝난다는 것은 중국 정치 시스템에 혁명과 같은 변화"라며 "이번 당대회는 새로운 중국 지도체제가 공식화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이 마오쩌둥과 같은 중국의 역사적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작업들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는 오는 15일까지 시 주석의 지난 10년 집권기의 성취를 부각하는 16부작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면서 '인민영수'라는 표현을 등장시켰다. 시 주석이 지방 시찰 중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환영받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민영수를 인민은 사랑한다(人民領袖人民愛)"는 자막을 넣은 것이다. 이에 시 주석이 이번 당대회에서 '인민영수' 호칭을 공식적으로 부여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에서 '영수'라는 호칭을 받은 지도자는 '위대한 영수'로 불리는 마오쩌둥뿐이다. 영수는 단순히 국가주석이나 총서기와 같은 직책과 달리 공산당을 이끌 사상적 지도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3연임을 넘어 종신 집권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 소식통은 "다시 권좌에서 내려오기에는 시 주석이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며 "시 주석은 푸틴처럼 사실상 종신 집권하는 모델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 5일 "시 주석의 목표는 중국을 넘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며,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순간까지 통치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시 주석의 장기 집권 앞에 놓인 과제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시진핑 3기 시대에 대한 도전은 당내가 아니라 외부에서 제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가장 큰 장애물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경제 실적이 꼽힌다.

무관용 제로코로나 정책도 중국 민심을 흔들리게 하는 요인이다. 도시 봉쇄 등 2년 넘게 지속되는 무차별 통제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계속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제로코로나 정책이 방역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인민 통제를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하지만 당대회 이후에도 엄격한 제로코로나 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의 3연임과 함께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 정치국 상무위원에 누가 오를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커창 총리(67)의 후임으로는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67)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과거 부총리 시절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과 빈곤 대책 마련을 총괄하면서 시 주석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춘화 부총리(59)도 총리 후보로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대만 중앙통신사는 "시 주석 입장에서는 5년 후 퇴임하는 왕양이 (젊은 후춘화에 비해 후계 문제에서) 덜 위협적이기 때문에 그가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2013년 3월 총리에 오른 리커창은 총리 임기는 최대 10년을 넘길 수 없다는 헌법 조항에 따라 내년 3월 물러나게 된다. 일각에서는 리 총리가 총리직에서는 물러나더라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이동해 상무위원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에도 리펑 전 총리가 총리를 지낸 뒤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사례가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경제 상황이 엄중한 만큼 시 주석이 중국 최고의 경제통인 리 총리가 여전히 쓸모가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 주석 측근 그룹이 상무위원에 얼마나 새롭게 진출하는지도 관전 포인트다. 상무위원회에 새롭게 진입하는 시 주석 최측근 인사의 숫자에 따라 시 주석의 국정 장악력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60),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62), 황쿤밍 중앙선전부 부장(65), 차이치 베이징 당서기(66), 리창 상하이 당서기(63) 등을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그동안 공산당 인사에서 불문율처럼 지켜 왔던 '칠상팔하'(七上八下·최고지도부에서 67세는 남고 68세는 퇴임한다는 내부 규칙) 원칙은 이번 인사에서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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