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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흥국 침체, 결국 美에 부메랑…"S&P 20% 더 빠질것"

안두원,진영태 기자

안두원,진영태 기자

입력 : 
2022-10-11 17:52:06
수정 : 
2022-10-12 13: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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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긴축 고수에 성토 목소리

强달러는 美기업 부진 빠뜨려
글로벌 경제 송두리째 흔들어

EU도 이례적으로 연준 비판
"美가 도미노 금리인상 주도"

JP모건 CEO "유럽 이미 침체
신용시장·ETF 패닉 올수도"

신흥국 향한 경고음 더 커져
IMF 대출규모 5년만에 2배
◆ 연준發 신흥국 위기 ◆
◆ 연준發 신흥국 위기 ◆

사진설명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대한 견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그간 신흥국을 중심으로 제기되던 불만과 비판 대열에 유럽연합(EU) 최고위층도 합세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이례적으로 미국을 비판한 자리는 27개국 EU 대사가 모인 행사였다. 그는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를 우려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를 따라갈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보렐 대표는 이 같은 도미노 금리 인상이 결국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고위 당국자가 민감한 사안인 타국의 통화 정책을 비판한 것은 드문 일이다. 특히 외교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보렐 대표가 외교적 수사를 건너뛰고 미국 연준을 직접 비판한 것은 국제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강달러에 대한 반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렐 대표 발언에 대해 "그는 'EU 역시 다른 나라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지배구조와 기준을 수출하려 했던 과오가 있다'고 자기성찰적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연준을 저격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최근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강달러 기조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도미노 금리 인상을 부추겨 세계 경제를 침체로 끌고 가고 있다는 비판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연준은 지난 6·7·9월 세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3.0~3.25%로 높아졌다. 오는 11월 2일에도 또 한 번 자이언트스텝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설명
이미 미국의 금리 인상 '마이웨이'는 글로벌 경제를 짓누르는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차총회가 열린 지난 10일 신흥국의 통화 가치 하락이 핵심 이슈로 논의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외환위기 가능성과 부채 급증 우려가 집중 제기됐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개도국은 통화 가치 하락, 지속 불가능한 부채 부담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미국의 강달러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10일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교수는 "정교하게 조직된 금융 시스템이라도 공포 자체에는 취약하다"며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경우 시장의 공포 확산을 막기 위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무역개발보고서'에서 연준을 직접 언급하며 가파른 금리 인상을 이어가면 개도국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레베카 그린스판 UNCTAD 사무총장은 "경기 침체의 벼랑 끝에서 물러설 시간이 아직 있다"며 "(중앙은행들의) 현재 정책 방향은 특히 개도국들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 고통을 주고 있으며, 세계를 경기 침체로 몰아넣을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도 연준 저격에 동참했다. 그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끝없이 치솟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큰 폭의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연준의 긴축 등이 경기 침체의 잠재적 이유"라면서 "이는 미국과 세계 경제를 압박하는 심각한 요인이며 유럽은 이미 침체에 빠진 상태이고 미국도 6~9개월 내에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과 강달러로 인한 유럽의 경기 침체가 내년께 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다. 다이먼 CEO는 "S&P500지수가 현 수준에서 다시 20% 정도 빠질 수 있다"며 "추가 하락은 이전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신용시장이나 상장지수펀드(ETF), 특정 국가 혹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 더 큰 타격과 패닉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흥국을 둘러싼 경고음은 IMF에서도 제기됐다. 신흥국들이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경기 하강을 겪으며 IMF로부터 대출을 늘려왔는데 강달러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위기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IMF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93개국에 총 2580억달러(약 369조원)의 대출을 약속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추가로 16개국에 900억달러(약 129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IMF가 실제 집행한 대출 총액도 1350억달러(약 193조원)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는 45%, 2017년보다는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세계은행의 대출 총액도 지난 9월 말 현재 역대 최대인 140억달러(약 149조원)로 2019년보다 53% 늘어났다.

신흥국들은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국채 발행에 부담을 느껴 자금 조달에 어려움도 겪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세계 신흥국의 국채 발행 규모는 작년 동기의 절반을 조금 넘는 880억달러(약 126조원)에 그쳤다. 이는 또한 2015년 이후 최저치다.

[안두원 기자 /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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