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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간선거 수세 몰린 바이든…美 우선주의 더 거세진다

강계만 기자

입력 : 
2022-10-10 18:00:22
수정 : 
2022-10-11 10: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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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불확실성 키우는 정치 리스크

바이든 중간선거 발등의 불
고물가 잡기위해 강달러 고수
中·러·OPEC 때리기 계속될듯
선거 지면 조기레임덕 올수도

시진핑 3연임 확정 앞둔 中
對美 강경노선 강화 예고
◆ 국제 리더십 실종 ◆

사진설명
세계 경제에 이른바 '퍼펙트 스톰'이 다가오는 가운데 주요 국가에서 초대형 정치 이벤트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정부 간 공조를 가로막는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스트롱맨'들은 자국 내에서 권력 체제를 공고화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對)우크라이나 전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당 전국대표회의(당대회) 이후에 더욱 강경한 노선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도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는 글로벌 정세 변화를 가늠하는 또 하나의 커다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이 다음달 8일(현지시간) 중간선거에서 연방 하원 권력을 공화당에 넘겨주게 되면 남은 임기 2년 동안 '조기 레임덕'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이는 글로벌 리더십 실종 현상을 더욱 부추겨 전 세계를 각자도생의 악순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자국 경제 안정화를 우선시하는 미국의 태도로 인해 글로벌 리더십 실종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글로벌 경제가 40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율에 신음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980년대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달러는 20년 만에 초강세를 보이며 미국 외 지역에서 대혼돈을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남은 2년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려면 연방 상·하원에서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최대 현안인 인플레이션에 발목이 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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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난 6월 9.1%까지 치솟은 소비자물가지수(CPI)의 8%대 상승폭 둔화에 힘입어 지지율 상승 기회를 잡았지만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대규모 원유 감산 결정에 따라 지지율이 다시 주저앉은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현재 40%대 초반에서 정체된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가 연일 OPEC+ 때리기에 나서며 제재 카드까지 검토하는 이유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10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감산 결정에 대해 "(글로벌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현명하지도 못한 일"이라며 맹비난했다. 지난달 말 배럴당 76달러까지 떨어졌던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5일 OPEC+의 하루 200만배럴 감산 결정 이후 단숨에 90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은 연방 하원에서 현재의 다수당 지위를 공화당에 넘겨줄 것으로 보인다. 연방 상원 선거에선 민주당이 49석, 공화당이 49석을 각각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당은 격전지인 네바다주와 조지아주 등 2곳을 놓고 경합 중이다.

민주당이 집권 여당과 행정부를 중간 평가하는 심판대에서 의회 권력을 잃게 되면 새 법안마다 번번이 공화당에 가로막혀 공회전하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남은 2년 국정 운영에도 상당한 차질을 초래하고 조기 레임덕 우려도 나온다.

나아가 2024년 차기 대선 구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역대 중간선거에서 집권 여당의 하원 승리는 1934년, 1998년, 2002년 등 3번에 불과한 만큼, 민주당에는 힘겨운 선거다. 현재 민주당은 가까스로 상·하원 과반을 확보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중 누가 의회 과반을 차지하든 간에 미국 우선주의는 당분간 더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한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은 전 세계 자금과 인력을 블랙홀처럼 흡수하는 상황이다.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으로 급격한 슈퍼달러를 초래했다. 원자재와 식료품을 해외에 의존하고 달러 표시 부채가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경기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은 가중되고, 국가별 각자도생으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국과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간 긴장 관계는 국제유가 상승도 부채질한다.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신냉전은 계속된다. 중국의 핵무기 개발 증대와 러시아·북한의 핵 위협 속에 지정학적 위기 상황은 우크라이나에 이어 대만과 한반도로 옮겨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1일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고, 미국 워싱턴DC에서는 12일부터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가 열리지만 국제 공조를 위한 기대치는 높지 않다. 당장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부터 3% 이하로 내릴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4월 전망치는 올해와 내년 각각 3.6%로 예측됐지만 7월에는 올해 3.2%, 내년 2.9%로 수정된 바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6일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기존 2.9%에서 또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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