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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단독] 中오토바이 배출가스 게이트…조작한 1대만 검사하면 500대 무사통과

안정훈 기자

입력 : 
2022-10-10 17:50:23
수정 : 
2022-10-11 10: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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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오토바이 어떻게 수입했나

韓수입이륜차환경협회 회원사
시험 면제권 특혜가 편법 핵심

1대만 들여오는 분할통관으로
환경공단 차량 선정권한 무력화

車 무작위 검사결과 모두 불합격
협회 "불법 없어…업체 책임"
◆ 中 배출가스 조작 ◆

사진설명
중국산 수입 오토바이의 배출가스 소프트웨어 집단 조작 행태가 10년 넘게 지속될 수 있었던 데에는 중국 오토바이 생산업체, 국내 수입업체, 그리고 불법 수입 통로로 기능한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 간 조직적 협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소프트웨어 조작 외에도 시험 면제, 분할 통관 등 여러 편법을 동원해 허점투성이인 수입 오토바이 규제망을 피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10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시험용으로 소프트웨어 조작이 이뤄진 오토바이는 주행 중 시동이 꺼져 시중에 판매가 어렵다고 한다. 한 자동차 소프트웨어 전문가는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도록 조작된 오토바이는 엔진이 과열돼 시동 꺼짐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런 조작 관행이 널리 퍼질 수 있었던 건 샘플 차량 1대만 배출가스·소음 검사에 합격시키면 이후 1년간 동일 모델 500대(샘플 검사 오토바이 포함)까지는 검사 없이 수입을 허용하는 '시험 면제'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 제도를 활용해 샘플 차량 1대만 희생하고, 나머지 오토바이는 시끄럽고 오염물질도 많이 배출되더라도 정상 주행은 가능한 상태로 시장에 출고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이 500대 시험 면제권이 편법 수입 관행의 핵심인 셈이다. 한 수입 오토바이 브랜드사 관계자는 "일본, 미국, 유럽 등 글로벌 브랜드사의 모델들은 어느 정도 품질이 보장되는 반면 중국 측 제작사는 거의 영세 업체로 조작 없이는 한국 환경당국의 엄격한 배출가스·소음 시험을 통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샘플 오토바이 1대만 조작하는 경우 배출가스·소음 시험 주관기관인 한국환경공단에서 샘플 외 다른 오토바이를 골라갈 수도 있다는 문제가 있다. 검사 규정상 한국환경공단은 같은 모델의 오토바이가 여러 대 수입되면 그중 몇 대를 무작위로 골라 시험을 실시하도록 돼 있다. 지금처럼 수입업체들이 샘플 차량을 사전에 조작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사진설명
이에 수입업체들은 '분할 통관'이라는 편법을 동원해 공단의 차량 선정 권한을 무력화하고 있다. 분할 통관이란 수입된 오토바이들을 우선 보세구역에 반입해 놓고, 그중 미리 조작해 놓은 차량 1대만 통관시켜 공단이 다른 차량을 고를 수 없게 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난 4월 국민권익위원회의 '수입이륜자동차 시험 및 인증생략 공정성 제고' 권고안에서 지적된 사안이기도 하다. 권익위 사례에 따르면 한 수입업체는 2019년 10월 동일 모델의 오토바이 96대를 우선 보세구역에 반입했다. 이 업체는 그달 29일에 통관시킨 1대의 차량으로 배출가스·소음 검사를 받아 합격했고, 시험 면제가 확정되자 나머지 95대를 이틀 후인 31일에 통관시켰다. 이때 1대만 통관된 시험 차량은 사전 조작을 거친 모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편법 수입 관행의 배후엔 2010년 설립된 사단법인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가 있다고 말한다. 공교롭게도 500대 시험 면제 혜택이 해당 협회 가입사에만 독점적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권익위에 따르면 오토바이 시험 면제 혜택은 2010년까지 최대 19대에 불과했으나 협회 설립 1년 만인 2011년에 500대로 대폭 늘어났다. 현재 해당 협회 가입사 30여 곳은 거의 전부 중국산 오토바이 수입업체들로 협회의 면제 혜택을 활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간 협회에서도 이들 수입업체에 적극적으로 각종 편법을 권하면서 가입을 유도해왔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매일경제 질의에 "불법으로 수입된 차량은 없는 걸로 안다"며 "있다 하더라도 수입업체에서 조작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협회가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배출가스·소음 시험 주관기관인 한국환경공단도 이 같은 오토바이 수입업계 관행을 방조해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시험 차량 선정은 공단 고유 권한임에도 업체들이 '분할 통관' 편법으로 조작된 차량 1대로만 시험을 보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최근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오토바이 여러 대를 공단을 통해 시험해본 결과 모두 '불합격' 수치가 나옴에 따라 추가 시험 일정을 잡는 등 수입 관행 전반에 대한 감사 계획을 검토 중이다. 매일경제가 확인한 결과 지난 9월 한 수입업체 실수로 연내 검사 면제 범위인 500대를 넘는 동일 모델 오토바이 48대가 추가로 수입됐고 공단은 이를 계기로 협회가 보내오는 샘플 모델 외 다른 오토바이를 대상으로 배출가스·소음량 시험을 실시할 기회를 얻었다. 공단이 이 중 무작위로 3대를 골라 시험을 진행하자 2대는 일산화탄소·탄화수소·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과 소음량에서 모두 불합격했고 나머지 1대도 소음량에서 허용치를 넘었다.

조작 정황을 인지한 환경부 관계자는 "이미 시중에 출고된 시험 면제 중국산 오토바이를 다수 회수해 배출가스·소음량 시험을 진행하는 계획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그외 불법 수입 관행 전반에 대해서도 감사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반론보도]<[단독] 中오토바이 배출가스 게이트…조작한 1대만 검사하면 500대 무사통과> 관련
본지는 2022년 10월10일 경제면에 <[단독] 中오토바이 배출가스 게이트…조작한 1대만 검사하면 500대 무사통과>와 <[단독] 개선나선 환경부 “수입사협회 권한 축소하고 사후검사 의무화”> 제목으로 “중국산 수입 오토바이의 배출가스 소프트웨어 집단 조작 행태가 10년 넘게 지속될 수 있었던 데에는 중국 오토바이 생산업체, 국내 수입업체, 그리고 불법 수입 통로로 가능한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 간 조직적 협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는 내용을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입이륜차환경협회는 “현재 배출가스 소프트웨어 조작의 증거는 밝혀진 바 없으며, 본 협회는 중국 제조사와 수입업체의 배출가스 조작 및 불법 수입에 관여한 바 없다”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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