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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美반도체 제재에 맞불?…中, 희토류 무기화 `만지작`

손일선 기자

입력 : 
2022-10-10 17:47:48
수정 : 
2022-10-10 23: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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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매체 통해 희토류 통제 주장
"희토류 수출제한하면 미국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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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의 의중이 반영되는 관영매체에서 미국의 무기에 사용되는 중국산 희토류의 수출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분야 수출 통제 조치를 내놓자 맞대응으로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10일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의 F-35 스텔스 전투기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 미국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희토류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8월 F-35 전투기의 터보머신(유체기계) 펌프에 사용된 자석이 허가되지 않은 중국산 사마륨-코발트 합금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전투기 인수를 중단했다. 이는 중국과 북한, 러시아 등 국가가 생산한 특수금속이나 합금은 사용할 수 없다는 국방부 조달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미국 국방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의회에 F-35 전투기에 대한 인수 재개를 허가했다고 보고했다. 대체 부품 확보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전투기 납품 차질을 우려한 미국 정부가 기존 계약 물량에 대해서는 중국산 부품 사용을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F-35 사례는 중국산 희토류 제품에 대한 미군의 의존도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중국은 국가 안보를 위해 이러한 전략적 물자의 수출을 제한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희토류 기업인 중국희토그룹 측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보탰다. 중국희토그룹의 관리자 양 모씨는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사마륨과 코발트 희토류 금속을 추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한 나라는 중국이 유일하다"며 "중간재인 사마륨 산화물은 거의 100%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고, 최종 제품인 사마륨-코발트 희토 자석은 7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미국이 제트기에서 중국산 희토류 제품을 배제할 수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관영매체가 공개적으로 희토류 무기화 주장을 제기함에 따라 향후 관련 정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중국 당국은 희토류 무기화를 위한 사전준비 작업을 대부분 마무리했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60% 정도를 담당하는 중국은 2020년 수출관리법을 제정했다. 희토류 같은 전략물자에 대해 수출금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알루미늄그룹·중국우쾅그룹·간저우희토그룹 3곳과 국유 연구기관 2곳 등 총 5개 기관을 통폐합한 중국희토그룹을 출범시켰다. 중국희토그룹 대주주는 정부이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희토류 생산 과정 전반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중국 상무부는 올해 1월부터 희토류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일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특정 반도체 칩을 중국에 수출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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