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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빵, 쌀 공급과잉 해결사로 뜬다

송경은 기자

입력 : 
2022-10-10 17:15:41
수정 : 
2022-10-10 17: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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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밀값 급등에 경쟁력 `쑥`
이성당, 쌀식빵 등 8종 판매
글루텐 프리 상품으로도 각광
정부, 제빵 적합 쌀품종 보급

"가공기술 R&D도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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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이성당 롯데몰수지점에서 소비자가 쌀 크루아상을 고르고 있다. 이 베이커리는 국내산 쌀가루를 활용해 만든 쌀식빵, 쌀모닝빵, 쌀바게트, 쌀시폰 등 쌀빵 8종을 판매한다. [용인 = 송경은 기자]
인플레이션 여파로 금값이 된 수입 밀가루와 소비량 급감으로 공급 과잉의 늪에 빠진 국내산 쌀. 이 두 가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쌀가루로 만든 쌀빵이 주목받고 있다. 쌀빵이 보편화되면 수입 밀가루 수요 중 일부를 국내산 쌀로 돌려 식량안보와 쌀 수급 안정 모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쌀빵은 일부 베이커리 등에서 제한적으로 취급해왔다. 쌀가루가 밀가루보다 비쌀 뿐만 아니라 글루텐 성분이 많은 밀가루가 빵을 만드는 데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뚜레쥬르 같은 대형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에서도 일부 쌀빵을 판매하긴 하지만 품목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들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밀가루 대비 쌀가루의 경쟁력이 올라가고 있다. 수입 밀 가격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 식습관 변화, 1인 가구 증가로 쌀이 남아돌면서 국내산 쌀 가격은 급격한 내리막을 걷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 밀 선물 가격은 지난 6일 기준 t당 325달러로 1년 전보다 18.6% 올랐다. 같은 기간 국내산 쌀은 최근 국제 쌀 가격이 치솟는 와중에도 20.4% 하락했다.

정부도 쌀가루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재배 품종을 전환해 지난해 25㏊(생산량 119t)에 불과했던 분질미 재배면적을 2027년 4만2000㏊까지 확대하고 연간 밀가루 수요의 10%(약 20만t)를 쌀가루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분질미는 가공에 유리하도록 품종을 개량한 쌀을 말한다. 쌀 배유 부분의 전분 구조를 가루로 빻기 용이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일반 멥쌀은 전분 구조가 견고해 물에 불려야만 쌀가루로 빻을 수 있지만, 분질미는 전분 알갱이 단위체 크기가 작아 밀처럼 바로 빻아 쓸 수 있다. 그만큼 쌀가루 제조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가루미' '아로마티'(흑미) '바로미' '수원542' 등 쌀가루(건식제분) 전용 분질미 품종을 개발했다.

밀에 많이 함유된 글루텐은 반죽이 끈끈한 탄성을 갖게 하는 성분으로 발효 과정에서 효모가 만든 탄산가스를 가둬 빵이 잘 부풀어 오르게 해준다. 반면 쌀에는 이런 글루텐이 거의 없어 부드러운 식감의 빵을 만들기가 어렵다. 쌀빵이 밀빵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직이 치밀하고 퍽퍽한 이유다. 다만 쌀은 밀보다 영양가가 높아 건강을 중시하는 최근 소비자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국내산 쌀을 이용해 쌀식빵 등 8종의 쌀빵을 판매하는 이성당 관계자는 "쌀가루로 빵을 만들 때는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별도로 반죽에 글루텐을 첨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중의 제빵용 쌀가루 제품에는 쌀가루 외에 글루텐 가루가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쌀빵은 판매가격도 밀빵보다 비싸다. 쌀 튀김·부침가루, 쌀 만두피 등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분질미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당분간 생산되는 분질미 전량을 공공 매입한 뒤 CJ제일제당, 농심미분, 오리온농협 등 국내 기업에 공급해 품목별 가공 특성을 평가하고 쌀 가공식품 개발을 촉진할 계획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쌀가루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다면 케이크, 카스텔라 등 상대적으로 발효가 덜 필요한 빵이나 쌀과자, 어묵, 소시지 등에 들어가는 밀가루를 쌀가루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글루텐을 따로 첨가할 필요가 없는 '글루텐 프리' 상품으로 밀 알레르기가 있거나 글루텐에 거부감이 있는 소비자들에게도 매력적이다.

일각에서는 쌀가루에 적합한 가공식품 연구개발(R&D)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여전히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SPC그룹 관계자는 "쌀 가공식품 시장을 확대하려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단순한 제품 개발 촉진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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